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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8월호 발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19 14:02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8월 호 발행

일제의 보석함과 화로로 훼손된 목판

▲일제의 보석함과 화로로 훼손된 목판(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소장)(제공-한국국학진흥원)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1일, "숨겨진 빌런"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8월호를 발행했다.

최근 들어 전통기록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문헌을 관리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안정주 작가는 <기록을 흔드는 빌런>을 통해, 전통기록물이 훼손되는 것 자체가 역사의 빌런이라고 이야기한다.

전통기록물이 훼손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전란으로 불에 타버리는 경우, 당쟁 등 정치·사상적인 이유로 불태우거나 손상시키는 것, 혹은 후대에 다시 간행하면서 저작자의 당초 저술의도와 다르게 수정되기도 한다.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분해되어 보석함, 분첩, 화로 등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런 정치적 상황뿐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방치되어 쥐, 좀벌레나 습기 등으로 훼손되는 일도 있고 다른 책의 표지를 단단히 잡아주는 배접지로 쓰이는 일도 있다고 한다.

배접지 중에서 <선조실록>에 기록으로만 전하던 조보가 발견되었다. 이 배접지는 세계 최초로 민간에서 상업 목적으로 목활자를 이용하여 발행한 일간 신문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웃지 못 할 기록의 훼손이 역사의 숨겨진 빌런이라고 할 수 있다.

‘빌런’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에서 유래된 것으로, 고대 로마의 농장 ‘빌라(villa)’에서 일하는 농민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빌라누스들은 차별과 곤궁에 시달리다 결국 상인과 귀족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처럼 아픈 과거로 인해 악당으로 변모하게 됐다는 점에서 ‘빌런’을 ‘악당’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악당은 라이벌이나 반역자처럼 주인공과 분명하게 대비된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거나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숨어서 가장 악한 짓을 하는 ‘숨겨진 빌런’이 주목받고 있다.

강선주 작가는 창작 스토리 <고백>에서 왕과 그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 숨겨진 빌런을 풀어냈다. 단순히 그 사람이 흥미로워 술자리에 박씨를 자주 불렀던 왕은 박씨가 태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왕과 박씨 사이의 일은 아니다. 중전, 후궁, 이 사건의 처리를 맡은 좌의정, 왕의 성은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박씨, 그로 인해 태어난 후대 왕이 될 아기의 시선까지 각자의 처지에서 이 사건으로 인해 그들이 추구하는 숨겨진 의도들을 서술했다. 지엄한 공간 속 가장 강한 권력을 지닌 왕의 빌런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중전이었다.

권숯돌 작가의 <이달의 일기>에서는 광해군 시절 김령(金)의 ‘계암일록(溪巖日錄)’에 언급된 노비 겁탈사건을 소개했다. 이 이야기의 빌런은 노비를 겁탈하려 했던 무뢰배들이 아니라 바로 공명정대하기로 소문난 사또이다.

계급을 막론하고 재판에서 보여주는 엄중하고 공명정대한 모습에 백성들의 신임을 얻었으나, 바로 그 사또가 계집종을 겁탈하려 담을 뚫고 들어갔던 양반의 자식들에겐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공명정대한 척하는 빌런은 오늘날에도 흔하고 익숙하다.

‘들장미 소녀 캔디’는 일본에서 제작된 순정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과 1983년 각기 흑백과 칼라로 MBC에서 방송됐다.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스잔나, 트럼프 그리고 나>를 통해 40여 년 전 방영했던 <들장미 소녀 캔디>의 빌런인 스잔나를 이야기한다. 스잔나는 테리우스가 미국에서 일하게 된 극단의 동료 여배우로, 남몰래 테리우스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테리우스에게는 캔디라는 여자친구가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무기인 미모와 청순가련함을 이용해 끊임없이 애정을 표현한다.

결국, 그녀는 테리우스를 거머쥐지만 리허설을 하던 무대 위에서 테리우스를 대신해 부상을 당하여 다리를 절단해야 했기에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다. 오히려 모두의 동정을 받는 전형적인 빌런이다.

<스토리이슈>에서는 지난 7월에 있었던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 개관 소식을 전한다. 세계기록유산인 ‘한국의 유교책판’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2건과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인 ‘한국의 편액’과 ‘만인의 청원, 만인소’ 2건을 합해 4건의 유네스코 기록유산이 전시되어 있다. 보존을 위해 장판각에만 있었던 세계기록유산을 실감콘텐츠로 좀 더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 탄생했다.

이번 호 편집장을 맡은 동희선 시나리오 작가는 "역사의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으나, 조용히 사악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위험하지 않아 보여서, 더 위험한 사람들"을 빌런이라고 칭하며 "빌런은 단순히 구분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대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7권을 기반으로 548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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