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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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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6개월 미접속 시, 비트코인 올라도 ‘도로아미타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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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계좌 거래내역 사진. 지난 해 12월 29일 빗썸 측에서 고객의 동의 없이 출금한 내역이 보인다. 해당 사실을 확인한 직후 B씨가 빗썸 측의 항의하자, 빗썸 측은 B씨에게 0.004개의 비트코인을 돌려줬다.(사진=에너지경제)

[에너지경제신문 강예슬 기자] 오랜 시간 접속하지 않아 휴면계정 처리된 계정의 암호화폐가 사용자 동의 없이 인출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B씨(33)는 지난해 3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가입한 뒤 축하적립금 2000원을 받아 구매한 0.004개의 비트코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출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건은 피싱·해킹 등의 사고로 발생한 일이 아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이용약관에 따라 진행된 일이다.


◇빗썸의 주먹구구식 약관운영

빗썸이 신규가입 시 고객에게 안내하는 이용약관 제19조(암호화폐 보관에 관한 내용)에 따르면, ‘회사(빗썸)는 6개월 이상 접속이 없는 회원을 대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또는 출금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예기치 않은 사고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하여 당시 시세로 현금화 하여 보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같은 조항에 ‘회사는 6개월 이상 미 접속한 회원이 보유하고 있던 가상 화폐의 반환 요구 시 보관하고 있는 상태로 반환하여 준다’라는 내용도 함께 기술돼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빗썸 측은 고객이 6개월 이상 로그인하지 않은 계좌의 자산을 임의로 출금하고 현금화할 수 있다. 보안상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고객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사실상 고객의 자산을 임의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평호 여해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해당 약관은 고객이 반환을 요청하면 현재 금액이 아닌 과거의 낮은 시세 금액만을 반환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약관에 의하면 빗썸이 매도시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설령 보안상의 이유로 암호화폐의 임의 매도가 불가피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사전에 고객에게 문자, 이메일, 푸시 알림 등으로 통지할 방법이 있음에도 이런 과정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약관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B씨는 "자신의 계좌가 휴면계좌로 전환되는지, 계좌 잔액이 인출됐는지 빗썸 측으로부터 별도의 공지를 받지 못했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거래소가 공지 없이 고객의 돈을 임의로 인출할 수 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빗썸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금화해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는 아니며, 고객 자산 보호하기 위해 해당 조치를 취했다"며 "약관에 기재된 내용이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만큼 이용약관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황을 확인하고 수정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6개월 간 접속하지 않은 사용자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는 빗썸의 해명은 그 만큼 해킹 등 외부 접속에 따른 위험요인이 크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다.

또 빗썸이 휴면계좌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을 ‘6개월간 미로그인 시’로 규정한 것 역시 과도하다는 게 법률전문가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6개월은 정보통신망법상 1년 이상 미이용자 정보 분리 보관 또는 폐기제도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약관법은 일반법으로 구체적인 사안을 파악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심사과정이 필요하다"며 "향후 공정위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용약관을 심사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B씨의 사건은 작은 규모의 사안이지만 만약 수천만~수억 원의 금액을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6개월간 접속하지 않았다면 피해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임의 처분 전에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관련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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