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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000조원 ‘통큰 투자’…안방경제 살리기 팔 걷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7 16:27

‘관세 인하’ 정부에 화답…대미투자 따른 국내투자 위축 우려 해소
삼성 450조·현대차 125조 이어 SK·LG 수백조원…일자리도 추가
‘혁신성장-민생안정’ 경제정책에 보조, 비수도권 균형발전도 동참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승주 한화그룹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재계 주요 기업들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팀코리아'로 뭉쳤다.


4대그룹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수백조원대 투자를 집행한다고 발표하며 기대감을 조성했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동시에 미국과 관세 협상 이후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이 기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의 골조 공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2028년부터 본격 가동을 목표로 안정적인 생산 역량 확보를 위해 각종 기반 시설 투자도 병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인수 완료한 플랙트그룹도 한국에 생산라인을 만든다. 광주광역시에 기반을 조성해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삼성SDS는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전남 국가 컴퓨팅센터와 구미 AI 데이터센터 등 다거점 인프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투자 발표로 경북 구미 1공장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추가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의 국내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후보지로는 울산 사업장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거점 생산 기지인 부산 공장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내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전날 밝혔다. 역대 최대 수준이자 직전 5년(2021~2025년) 국내 투자액(89조1000억원)보다 40% 이상 증액된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은 각 분야에 얼마씩 투입할지 밑그림도 그려놨다. AI,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경상투자에 각각 38조5000억원, 36조2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생산 중추 거점으로서 한국의 위상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 및 수출 기지로 육성해 국내 생산 차량의 해외 수출을 대폭 증대시킨다는 기준을 세웠다. 올해 약 7200명이던 채용 규모는 내년 1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지난해 218만대였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 247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그 중 전동화(EV, PHEV, HEV, FCEV) 차량 수출은 지난해 69만대에서 2030년 176만대로 2.5배 이상 확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자료사진.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자료사진.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SK그룹은 당초 세웠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128조원을 쓴다는 그림을 그려뒀지만 AI시대가 급격히 빨라지며 추가 투자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고용도 기존 매년 8000명 가량 채용 규모를 기본으로 하되 앞으로 1만4000명∼2만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에만 약 600조원 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추가 투자 의사를 드러냈다.


LG그룹 역시 5년간 100조원 이상을 국내에 집중투자하기로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6일 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100조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면서 이 중 60% 가량은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HD현대그룹이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 국내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 분야 및 AI 기계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기자재 산업과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셀트리온그룹은 현재 5000억원 규모로 운용 중인 스타트업들과 상생 펀드를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의 이같은 '통큰투자' 발표는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최근 공개된 이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한다"며 “비슷한 조건이라면 되도록 국내 투자에 좀 더 마음을 써 주시고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방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재계가 발표한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 계획은 이재명 정부의 '혁신성장-민생안정' 경제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투자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재계의 대규모 투자를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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