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사진=AP/연합)
세계 곳곳에서 폭염, 가뭄, 홍수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잇따르면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탄소 전환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산하 TPI 센터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기업 전환 현황(State of the Corporate Transition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TPI 센터는 매년 각 산업에서 탄소 배출 규모가 큰 글로벌 상장사의 공시 자료를 토대로 이들의 저탄소 전환 노력을 평가한다. 올해 평가 대상은 2000개 기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늘었으며 이들 시가총액은 총 87조달러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배출이 많은 자산에서 벗어나거나 장기적인 탈탄소 목표에 맞춘 지출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또 전체 기업의 95% 이상이 기후 대응을 약속했지만 이를 실제 경영 전략에 반영한 곳은 10%에 그쳤다. 심지어 22%는 △기후 정책 수립 △배출량 공개 △배출량 목표치 설정 등 기본 요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이어 일부 국가와 유럽연합(EU)에서는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및 저탄소 전환 계획 공시를 의무화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많은 기업이 탈탄소를 위한 자본 투입이 부족하고, 일부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체 기업의 약 3분의 1은 공급망 등 간접 배출을 포함한 '스코프3(Scope 3)' 배출량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더욱 가파른 배출 감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공시의 신뢰성은 야심과 실행 가능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요인도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약화시키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적 반발로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려는 기업들의 모멘텀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약속인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과거 행정부가 도입한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기후변화 악화를 막으려면 석유, 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풍력, 태양광, 지열, 수력 같은 청정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최근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보고서는 또 글로벌 550개 기업의 배출 상황을 파리협정 목표에 맞춰 별도로 분석했는데 일부 기업은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웠지만 목표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아예 장기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경우가 더욱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경로에 부합하는 기업 비중은 2020년 9%에서 올해 30%로 크게 늘었다.
산업별로는 알루미늄 관련 산업이 1.5도 경로에서 가장 크게 벗어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이에 부합하는 산업은 해운업이 유일했다.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지 못하지만 2도 밑으로 제한하는 경로에 부합하는 산업은 자동차, 발전, 광산, 항공, 시멘트 등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 재난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적 피해에 대한 경고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기후 변화로 205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7% 줄어들고, 2100년에는 최대 60%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국제 금융당국 협의체인 녹색금융협의체(NGFS)는 앞으로 5년 내 기후 재난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최대 3%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