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구미 LG이노텍 '드림팩토리' 내부 모습. 로봇이 AI 비전 검사로 FC-BGA의 양품 여부를 결정짓는 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 과정에 투입돼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공장들과는 분명 달랐다. 깔끔해도 너무 깔끔하다. 먼지 한 톨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주위를 둘러봐도 작업자가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종류 로봇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제 역할을 했다. 종합관제센터에도 사람이 없다. 시설 관리 엔지니어 역할까지 인공지능(AI)이 수행하고 있었다. LG이노텍 구미4공장(드림팩토리) 얘기다.
17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드림팩토리를 방문했다. LG이노텍이 지난 2022년 LG전자로부터 인수해 새단장한 시설이다. 회사는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사업 신규 진출을 선언하고 이 곳을 '최첨단 시설'로 조성했다.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인 FC-BGA에는 주로 연산 기능 등을 수행하는 인공지능(AI) 칩이 들어간다.
공장은 총 2만6000㎡ 규모로 조성됐다. 입구부터 경계가 삼엄했는데 생산현장에 들어가기는 더 어렵다. 신발을 벗고 장갑, 마스크, 위생모, 방진복을 착용해야 한다. 그 위로 장갑을 한 겹 더 끼고 방진화까지 신으면 준비 완료다. 강한 공기로 이물을 제거하는 '에어 샤워'를 한 뒤 드림팩토리 안을 엿볼 수 있었다.
층고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 눈길을 잡았다. 한 층에 11~12m 가량을 확보했다는 게 현장 직원의 설명이다. 실제 사용 공간은 5m 정도고 나머지는 각종 친환경 설비가 들어가는 공간이다.

▲경북 구미 LG이노텍 '드림팩토리' 내 LMS(Line Monitoring System)이 갖춰진 통합관제실. 이곳에서 전체적인 FC-BGA 생산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드림팩토리 전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라인 모니터링 시스템'(LMS) 화면이 크게 보였다. 공장 종합관제센터 격인데 관리자는 없었다. 화면에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한 시스템이 구동되고 있다.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제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제품 생산 실적 및 품질 현황 등이 초단위로 업데이트된다.
LMS실을 나와서도 사람은 못봤다. 설비들 사이를 오가는 자동로봇들만 분주하다. 고객 납기 기간에 맞춰 생산 명령이 내려지면 로봇이 원자재를 공정설비로 운반한다. 원자재에 찍힌 바코드를 설비가 인식하면 공정 레시피가 자동으로 설정된다. 생산이 완료된 제품을 다시 적재하는 일도 자동로봇의 역할이다.

▲경북 구미 LG이노텍 '드림팩토리' 내에서 자동로봇들이 FC-BGA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날고 있다.
LG이노텍이 최첨단 공장을 만들기 위해 전 공정을 자동·정보·지능화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패널에 붙어있는 보호 필름을 벗겨내는 공정 과정도 사람이 아닌 로봇이 일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미세 스크래치나 분진 같은 이물 등으로 발생하는 불량요인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드림 팩토리에서는 FC-BGA 생산 관련 하루에 20만개 이상 파일, 100GB에 달하는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생성된다. LG이노텍은 모든 설비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생산과정 전반에 걸친 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이 빅데이터를 지속 학습하는 AI를 불량 예측 및 검사 시스템에 적용해 불량 발생으로 인한 리드타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작업자 없는 환경에 품질검사까지 무인화한 '투명성'을 앞세워 고객 신뢰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제품 양품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 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 과정에는 AI 딥러닝 비전 검사가 제역할을 한다.생산이 완료된 FC-BGA 기판 제품을 로봇이 비전 스크리닝 검사대로 옮기면, FC-BGA 불량품 및 양품 데이터 수만 건을 학습한 AI가 미세 불량영역을 30초 안에 잡아낸다. 기존 육안검사를 하는 공장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AI 비전검사를 통해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90% 단축하고 샘플링 검사를 위해 투입하던 인원도 9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FC-BGA 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드림팩토리 경쟁력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경쟁사 대비 최첨단·최신 시설로 구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사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이를 넘어서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품질 이상을 실시간으로 감지·분석해 자동으로 보정하는 공정 지능화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는 사람 손을 조금은 거쳐야했던 FC-BGA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반도체 기판 공장에서 나오는 이물과 수율저하의 원인은 대부분 사람"이라며 “작업자가 지나가거나 호흡만 해도 이물을 배출하는데 이를 줄이면 수율개선 뿐 아니라 리드타임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말 북미 빅테크 고객향 PC용 FC-BGA를 본격 양산에 돌입해 글로벌 빅테크들을 연이어 고객사로 맞이하고 있다. 올해는 PC 중앙처리장치(CPU)용 FC-BGA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FC-BGA 사업을 조 단위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