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탑 CI
'여대생 청부살인'의 여파로 물러났던 류원기(77) 한탑 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한다. 해당 사건으로 불매운동 등을 겪었던 제분업체 한탑(옛 영남제분)은 최근에야 다시 실적이 개선되는 중이다. 한탑의 주주들은 류 회장의 복귀로 다시 CEO 리스크가 부각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한탑은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의 승인과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와 감사의 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정관변경은 사내이사의 총원을 4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며, 이사 선임안은 류원기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와 하상경 현 대표이사, 김재수 사외이사의 연임을 다룬다.
류 회장이 회사의 경영진에 복귀하는 것은 지난 2014년 1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지 약 10년 만이다.
당시 류 회장의 퇴진 배경에는 일명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이 있다.
지난 2002년 법대에 다니던 하 모양이 당시 류 회장의 부인인 윤길자 씨의 청부를 받은 살인청부업자들에게 살해당했다. 사위의 여성관계를 의심한 윤 씨가 사위의 이종사촌 동생을 납치하고 살해토록 지시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윤 씨의 수감 이후 한 번 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무기징역을 받은 윤 씨가 교도소가 아닌 신촌 세브란스병원 VIP병실에서 지낸다는 보도가 2013년부터 나온 것이다.
윤 씨가 형집행 정지제도로 수년간 호화병실에서 생활한 것은 류 회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려 담당 의사 등에게 전달한 덕분이라는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류 회장은 2014년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고 이후 2017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받은 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류 회장은 장남 류지훈 사장 등 친인척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류 회장의 퇴진은 불매운동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류 회장의 판결 당시 한탑의 밀가루를 사용하는 유통업체들까지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이에 롯데제과와 삼양식품, 농심 등이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한탑의 밀가루 사용을 중단했다.
당시 500억원이 넘던 시가총액도 현재는 300억원대로 줄었다.
사명까지 바꿔가면서 이미지 쇄신을 꽤하던 중 지난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급망 차질로 밀 가격이 급등하면서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익성이 회복되는 모양새다. 한탑은 지난해 12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 확인된다.
이에 대해 한탑의 주주들은 류 회장의 복귀 소식이 반갑지는 않은 분위기다.
한 한탑의 주주는 “청부살인과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이어지다가 최근에야 모처럼 실적이 개선되는 중"이라며 “류 회장이 고령의 나이에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