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로이터/연합)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경기가 예상 밖 호조를 이어가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전문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시장 확률 트래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미 국채 담보 환매조건부채권(Repo) 1일물 금리(SOFR) 관련 옵션 시장은 연준이 올 연말까지 금리를 최소 1차례 인상할 가능성을 8.07%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를 현 수준인 5.25~5.5%로 유지할 확률도 8.11%로 나타나고 있다. 약 16%의 확률로 연준이 금리를 아예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셈이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2차례 금리인하(4.75~5.0%)로 12.31% 확률로 반영되고 있다.
연준이 상반기 중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이런 예측이 어긋날 경우를 대비해 투자자들이 베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혹시라도 이뤄질 수 있는 금리 추가 인상 시나리오를 헤징하는 것이다. BMO 글로벌 자산운용의 얼 데이비스 채권 부문 수석은 올해 금리전망과 관련해 “양방향(금리 인상과 인하)으로 변동성이 극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기준금리가 기대만큼 빠르게 인하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3주 이내 트레이더들은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만 아니라 5월도 더 이상 유력한 시기로 보고 있지 않다. 심지어 늦어도 6월에 금리가 인하되리라는 확신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이라 저지 최고 미국 금리 전략가는 “1달 전까지만 해도 고금리에 대한 헤징은 전혀 없었다"며 “지금은 이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반영하는 연준의 금리 예측이 한 방향이 아니다"며 “장기적으론 금리 인하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흐름의 변화"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연준의 태도 변화는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고, 금리인하 신중론을 강조한 이후 나왔다. 특히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분석한 결과, 트레이더들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조금씩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엔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3% 오르면서 전문가 예상치(0.1%)를 웃돌자 인플레이션이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킷 쥬크스 최고 환율 전락가는 최는 투자노트를 통해 “연준은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며 미국 경제가 다시 가속화할 경우 결국 연준은 다시 긴축을 해야 하고 이에 달러는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동참하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교수인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 여파로 연준이 다음 행보로 금리 인상을 선택할 확률을 15%로 제시했다. 주피터 자산관리의 마크 내시 자산운용사는 이런 확률을 20%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린지 로스너 멀티 섹터 채권투자 총괄은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금리인상 가능성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길게 동결시키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티파니 윌딩은 미국 경제상황은 물론 글로벌 요인들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홍해에서의 지정학적 갈등과 파나마 운하 가뭄에 따른 통항 차질로 해상 운임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모든 것들이 맞물려 정책 완화의 시작이 중단될 수 있다"며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이를 예측하기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