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NG 생산기지 현장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큰손인 영국계 석유공룡 셸이 글로벌 LNG 수요가 2040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요 전망치 또한 작년에 제시됐던 것보다 하향 조정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셸은 '2024 LNG 전망' 보고서를 내고 2040년 글로벌 LNG 수요가 6억 2500만~6억 8500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셸은 LNG 수요에 강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번에 공개된 수치는 작년에 제시된 전망치인 7억톤보다 하향 조정돼 주목받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셸은 글로벌 석유공룡들인 이른바 '빅오일' 중에서 LNG 사업의 비중이 가장 큰 기업이며 세계 LNG 수요의 20% 가량 차지하고 있다.
셸은 일본, 유럽, 호주 등에선 2010년대에 수요가 이미 정점을 찍었고 북미에서는 수요가 2030년대에 최고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셸의 이 같은 전망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관측과 어느정도 비슷하다. IEA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례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LNG 수요는 2030년에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됐다. IEA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이유로 2030년 LNG 수요 전망치를 2020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셸은 2040년 글로벌 LNG 수요가 현재 수준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을 포함해 신흥국에선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존재해 글로벌 수요 강세를 견인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글로벌 LNG 수요는 전년대비 1.7% 가량 증가한 4억 400만톤으로 집계됐다.
셸은 “중국의 탈탄소 기조,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LNG 시장은 2040년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LNG 수입국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 에너지 안보가 부각된 점도 글로벌 LNG 수요를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해왔던 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다. 셸은 2025년, 2030년 유럽에서 요구될 현물 LNG 물량이 각각 7000만톤, 5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일환으로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인 카타르에너지는 오는 2026년부터 27년 동안 네덜란드에 매년 최대 350만톤의 LNG를 공급하는 장기계약을 지난해 셸과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LNG 수요가 2040년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 변수도 존재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경제,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미국의 신규 LNG 수출 시설에 대한 승인 결정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LNG 수출을 기록한 미국은 호주와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LNG 수출이 에너지 비용, 미국의 에너지 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이 조치는 기후위기를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LNG는 석탄에 비해 청정하지만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또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LNG 수송관 등에서 누출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동남아에서 LNG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수입 인프라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셸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