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한국도 예외 아니다”...글로벌 은행 뒤흔드는 ‘美 상업용 부동산’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2 17:32
아오조라 은행

▲아오조라 은행(사진=AFP/연합)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글로벌 은행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로 미국 은행들은 물론 독일, 일본에서도 은행들이 실적 악화를 발표하면서다. 해외 부동산에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를 보유한 한국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도쿄증시에서 20% 넘게 급락해 하한가를 기록한 아오조라 은행 주가는 이날에도 16%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3257엔에 거래를 마감했던 아오조라 은행 주가는 불과 2거래일에 걸쳐 2150엔으로 34% 가량 급락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기간에 시가총액 1280억엔이 증발했다고 전했다.


대출 부실에 따른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15년만 처음으로 연간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전날 예고한 게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아오조라 은행은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연결 기준으로 280억엔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은행은 특히 미국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들 지역에서 부실 대출 총액은 각각 1억71000만달러, 1억2700만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지역에서 부실 대출액은 7억1900만달러에 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아오조라 은행은 대출 부실 처리를 위해 324억엔을 따로 배정했다. 4월 1일부로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타니카와 케이 아오조라 은행 회장은 “상업용 부동산이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럽에 이어 미국 은행들도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거래일 동안 주가가 44.61% 급락한 미국의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역시 지난해 4분기 2억5200만달러의 순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직전 분기까지만 해도 1억7200만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 여파로 KBW 지역은행 지수는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BC) 파산 사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도 작년 4분기 미국 부동산 관련 손실 충당금을 1억2300만유로로 1년 전보다 4배로 많이 쌓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부동산에 대한 도이체방크의 익스포저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스트레스 테스트 상에선 23%를 차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국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은행과 펀드 매니저들은 아오조라 은행과 비슷한 전략을 택했다"며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부실 대출에 노출돼 있다"고 짚었다.



NYCB

▲NYCB(사진=로이터/연합)

이처럼 세계 각국 은행에 실적 충격을 안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금융시장에 타격에 줄 것으로 예견돼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마저 크게 불어나 대출 부실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회사 트렙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대출과 부동산담보증권으로 전환된 대출의 연체율은 6%로, 팬데믹 이전의 1% 미만에 비해 급등한 상태다.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3번째로 큰 에이온센터는 최근 2014년 매입가보다 45%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배리 스턴리히트는 최근 오피스 시장 손실이 1조 달러를 넘길 가능성을 거론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금융권 위기로 번지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일본 금융청 측은 “아오조라 은행이 특수한 경우고 다른 은행들의 익스포져에 대한 우려가 없다"며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일본 은행들의 익스포져는 리스크 관리 범위 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젠스의 프리 데 실바 애널리스트도 아오조라 은행과 관련해 “리스크 관리 실패"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아오조라 은행 주가 목표치를 2460엔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은 전염 위험으로 미국 지역은행 주가가 급락한 것과 관련해 “과장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