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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의 한 트레이더(사진=AFP/연합) |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24억달러(약 3조 2164억원) 규모의 ‘Nikko AM Ark Positive Change Innovation Fund’(티커명 NIPCIPJ LX)가 지난해 68% 가량 급등하면서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ETF는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모델 포트폴리오를 설계한 뒤 글로벌 자산운용사 니코자산운용이 룩셈부르크 증시에 상장한 상품이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을 가장 많이 담고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블록,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시스 오브 캘리포니아 등의 비중도 높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지난해 400% 가까이 폭등했다.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토마스 하트만 보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비트코인과 관련해 채굴에 상당한 에너지가 요구된다면서도 블록체인의 투명한 거래,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 등을 이유로 지속가능한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US Technology Fund(티커명 JPMUSTC LX) ETF 역시 지난해 65%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ETF는 코인베이스를 포함하지 않지만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알파벳 등 테크 주식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ETF들은 모두 ESG 투자에 해당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ETF는 유럽연합(EU)의 ESG 공시 규정집인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에서 ESG를 촉진하는 제8조에 해당된다.
결국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청정에너지 대신 테크 분야에 집중한 펀드들이 유망한 ESG 투자처로 떠오른 셈이다. 하트만 보이스 매니저는 NIPCIPJ ETF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최소 15%의 수익을 안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청정에너지로 구성된 ETF는 울상이다. 영국 런던파이낸셜뉴스는 미래에셋의 ‘Global X Hydrogen ETF’(HYDR)가 지난해 유럽의 지속가능한 펀드 중 최악의 성과를 보였다고 이달 초 보도했다. 두산퓨엘셀과 일진하이솔루스 등을 포함해 친환경·수소 테마로 구성된 HYDR는 지난 12개월 동안 뉴욕증시에서 40% 가량 폭락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관련주도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지난해 크게 떨어졌다. 100대 재생에너지 기업들로 구성된 S&P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는 지난해 21% 하락했다.
일각에선 ESG 펀드들이 친환경 투자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번스타인의 지한 마 ESG 리서치 총괄은 전반적으로 ESG 펀드 수익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2022년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관련주들이 급등했는데 대다수의 ESG 펀드들은 전통 에너지 기업들을 담지 않아 수익률이 저조했다. 또 작년의 경우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익스포져가 과도한 동시에 빅테크 비중이 낮아 ESG 펀드들이 대체적으로 부진했다고 마 총괄은 주장했다.
마 총괄이 지난해 2분기 세계 곳곳에 상장된 ESG 펀드 2727개를 분석한 결과, 세계적으로 ESG 펀드들은 반도체 익스포져를 늘렸지만 북미 ESG 펀드들의 경우 빅테크 기업에 대한 비중축소(underweight)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마 총괄은 "ESG라 해도 결국엔 투자가 목적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킹"이라며 "2년간 부진한 수익률이 업계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