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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사진=로이터/연합) |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이날 1년물 MLF 금리를 5개월째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대신 시장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 9950억 위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2160억 위안이 순유입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MLF 금리는 지난해 8월 2.65%에서 2.5%로 15bp(1bp=0.01%포인트) 인하됐다. 그러나 중국 경제지표가 꾸준히 부진한 것으로 나오자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MLF 금리를 이달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커졌다.
실제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0.3% 하락하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를 이어갔다. 중국 CPI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하락해 15개월 연속 마이어스 영역에 머물렀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셸 람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CPI와 PPI 발표와 관련,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완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2023년 1년간 누적 수출액 역시 전년 동기대비 4.6% 감소했다. 중국 연간 수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발표 예정인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MLF 금리가 조정되면 LPR도 따라 움직인다. 인민은행은 1년 만기 LPR을 연 3.4%, 5년 만기 LPR을 연 4.2%로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지난 8월 1년 만기 LPR을 2개월 만에 0.1%포인트 인하하고 5년 만기 LPR은 동결한 이후 4개월 연속 동결이다.
이와 관련해 HSBC의 프레드릭 누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오전 MLF 금리가 동결됐다는 것은 경기부양에 대한 시급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미중 금리차가 확대돼 위안화 약세, 자금 이탈 등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12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3월은 금리 인하를 예상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고 지적했다.
누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곧 내릴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중국도 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 같다"며 "중국은 금리를 빠르게 내릴 수 없어 유동성 지급 등 다른 수단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베키 류 중국 거시경제 전략 총괄은 "연준이 비둘기파적으로 전환해야 인민은행이 올해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생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유동성 지원 차원으로 지급준비율(지준율·RRR) 인하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준율을 낮추면 그만큼 은행의 유동성이 늘어나고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춘 것은 지난해 9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인하폭은 25bp로, 현재 은행권 평균 지준율은 7.4%다.
한편,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올해 첫 2주 동안 11억달러 규모의 중국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플레이션 압박이 지속되는 와중에 경기 부양책은 기대치를 밑돌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상하이·선전증시의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2021년 고점을 찍은 후 3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