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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생명과학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진원생명과학의 666억원 규모의 증자 계획이 다시 좌절됐다. 금융감독원이 네 번째 정정신고서를 제출을 요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정도면 증자를 포기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진원생명과학은 그동안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대표이사 등 임원의 급여로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는 코스피 상장법인이다.
◇ 증자, 지난해 5월부터 추진…계속되는 정정 요구
4일 진원생명과학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일 진원생명과학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5월 처음 증자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공시를 진행한 뒤 네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다.
금감원은 지난달 18일 제출된 증권신고서를 심사한 결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거나,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수차례 정정을 거친 상황이니 형식요건 보다는 신고서에 담긴 내용이 문제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5월 16일 818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와 1주당 0.2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예정일은 그해 7월이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한 금감원은 곧바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만 해도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에 대한 진원생명과학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회사는 관련 일정을 소폭 수정하고 신주인수권 중개를 담당하는 회사를 추가하는 수준의 정정일 가한 뒤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그해 6월 다시 곧바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두 번이나 정정요구를 받았지만 진원생명과학은 안일했다.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 부분에서 대대적인 내용 수정을 진행했지만 핵심 내용이 아니라 일정이 연기되면서 관련 수치를 분기보고서가 아니라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수정하는 게 주된 수정 내용이었다.
추가로 신고서에 추가된 부분은 그동안 진원생명과학이 지적받던 임원에 대한 과도한 급여 부분을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에 포함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과도한 급여에 대한 해명이 담긴 게 아니라 급여 체계를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 과도한 급여 논란에 "이유 있다"는 진원생명과학
결국 금감원은 8월에 세 번째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11월에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자체적으로 추가 정정을 더해 12월 4일에 다시 증권신고서를 냈다. 이후 같은 달 18일에 최종적인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진원생명과학이 마지막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과도한 임원의 급여에 대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마지막 신고서에는 급여 및 상여금 산정에 대한 명시적 기준을 사전에 마련하지 않고, 박영근 대표이사가 관련 권한을 모두 일임받아 스스로 급여를 정하고 받아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법무법인과 로스쿨 교수가 검토한 내용을 추가하면서 "배임은 아니다"라는 변명도 담았다.
◇ 금융투자업계 "이 정도면 증자 하지말라는 얘기"
이를 접한 진원생명과학 소액주주들과 금융투자업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임원진에게 흘러가는 구조를 바꿀 의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은 19년째 적자를 이어가는 기업이다. 지난 5년(2018~2021) 동안 회사가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는 총 1054억원, 당기순손실 규모는 922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버틴 비결은 유상증자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진행한 유증으로 200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확충했다.
그리고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사의 재정에 투입된 게 아니라 임원의 급여로 지출됐다.
특히 박영근 대표이사에게 지급되는 보수의 규모가 크다. 박 대표는 지난해 진원생명과학에서 56억5123만원의 급여와 상여, 법인카드 등을 받았다. 자회사에서도 37억9833만원의 급여와 상여를 받았다. 지난해 주요 회사에서 받은 금액의 합은 94억원이 넘는다.
지난 5년간 박 대표가 진원생명과학과 자회사에서 받은 금액만 총 361억474만원에 달한다.
이 기간 한때 3만8000원을 넘던 주가는 현재 2000원선까지 급락했다.
이런 정황을 알고 있는 금감원이 계속해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더이상 진원생명과학의 주주배정 증자를 허락하기 힘들다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주 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당국도 진원생명과학과 같은 기업에 대해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거는 분위기로 보인다"며 "증자가 아니라 영업으로 돈을 벌어 급여를 챙겨야 하는데 이 회사는 수년째 증자한 돈으로 대표 배만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