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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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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마이너스 전기가격’ 시대 열린다…가격부담은 ‘모든 사업자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7 09:58

내년 2월 제주도 신재생에너지 입찰시장서 마이너스 가격 발생 가능성 높아



정부, ‘제주 마이너스 전력가격, 일반 전력도매가격에 일부 반영’ 추진키로



2025년 육지까지 제도 확대…재생에너지사업자 수익구조 다시 짜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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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모습.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전기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돈을 받기는커녕 돈을 주고 판매하는 ‘마이너스 전기가격’ 시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초 신설되는 재생에너지 전력판매시장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나면 해당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는 사업자에게도 부담을 일부 전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생산된 재생에너지로 인해 시장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난 책임을 신규 시장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만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자가 모두 나눠서 진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 마이너스 가격은 덴마크 등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존 재생에너지 전력판매시장과 다르게 새로운 시장에서는 선진국처럼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나도록 설계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새로운 변수를 맞아 수익구조와 사업전략을 다시 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정부가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전력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서 마이너스 가격 발생 시 도내 재생에너지 전력도매가격(SMP)을 복잡한 계산식을 거쳐 일부 깎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마이너스 가격에 따라 SMP를 얼마나 깎을지는 아직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마이너스 가격이 SMP에 영향을 주는 게 제도 취지는 맞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생기면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은 기존 전력도매시장을 포함해 두 개로 늘어난다.

설비용량 3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설비용량 3메가와트(MW) 미만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기존 전력도매시장에서 거래해도 된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내년 2월 제주도에서 먼저 열리고 오는 2025년에 육지로 확대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육지보다 제주도에서 먼저 시작되는 이유는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도내 전체 발전량의 약 20%를 차지해 비중으로는 육지의 두 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육지까지 도입되면 입찰제도의 마이너스 가격이 육지 SMP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에 따라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으면 재생에너지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날 수 있다.

발전설비는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난다고 해서 전력 생산을 바로 멈출 수도 없다. 이미 생산한 전력을 저장할 곳도 없으면 송전망에 흘려보내야 한다. 전력을 억지로 쌓아뒀다간 발전설비가 과부하로 인해 고장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돈을 주고서라도 전력을 팔아야 하는 이유다.

업계선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나와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전력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고 설명한다.

한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마이너스 가격에서도 전력을 팔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서 하루 전에 입찰서 제시한 전력량만큼 전력을 팔지 않으면 패널티(불이익)를 받기 때문"이라며 "패널티를 받는 것 보다 마이너스 가격에 전력을 파는 게 낫다면 팔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생산 전력량만큼 시장에 팔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받는다"며 "REC를 받지 못하는 것보다 마이너스 가격에 전력을 파는 게 낫다면 역시 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REC를 RE100(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기업이나 REC를 필요로 하는 대규모 화력·원자력 발전사업자에게 팔 수 있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등 재생에너지 관련 협단체들은 전력도매시장에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왜 마이너스 가격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지 전력거래소에 항의 중으로 알려졌다.

일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연료비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와 똑같은 SMP를 받는 전력도매시장에서 전력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전력계통 안정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도입 취지를 설명해왔다.

LNG 발전사업자와 똑같은 SMP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무조건 사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발전량을 통제하고 가동중단(출력제어)을 쉽게 하는데 중점을 둔 제도"라며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를 충분히 보상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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