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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임계점? 지상군 격돌 전망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6 20:21
MIDEAST ISRAEL PALESTINIANS GAZA CONFLICT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에 의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EPA/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hg3to8@ekn.kr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제거를 위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지상전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 내에 밤새 탱크 등을 동원해 급습을 가한 뒤 철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상태로, 지난 22일부터 산발적으로 제한적 규모 지상 작전을 벌여왔다.

이스라엘이 전면적 지상전을 개시할 경우 다른 무엇보다 일명 ‘가자 지하철’ 땅굴부터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가자 지하철은 하마스 거점이자 보급선, 은신처, 방공호, 기습통로 등 하마스의 거의 모든 것으로 꼽히는 시설이다.

이 지하 터널은 길이가 거의 500㎞에 달하며, 주요 지점과 건물을 거미줄처럼 잇는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눈을 피한 ‘아날로그’ 통신으로 기습을 감행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로켓과 탄약 보관소로도 사용된다.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을 대거 투입하기에 앞서 공습 등으로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 정보 없이 터널에 접근할 경우 내부에 설치된 수많은 부비트랩으로 인한 병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지상군 투입 계획을 거론하며 "적군은 기갑·보병부대를 마주치기에 앞서 공군의 폭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텔아비브대학 모셰 다얀 중동아프리카연구센터의 하렐 초레브 선임연구원도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땅굴 공격 전망에 "기본적으로 가자지구 지하도시의 기반시설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하마스의 중추를 분쇄하고, 가자지구 안이든 어디에서든 그들의 리더십을 파괴하겠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다만 이 경우 가자지구 전역을 광범위하게 타격하게 되는 만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포함해 대량 사상자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연구원은 CNN에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사회적으로, 지리적으로 깊이 뿌리박혀있다"며 "이스라엘이 이를 물리치려면 가자지구를 지형적으로, 인구적으로 영구히 바꿔놓아야만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안으로는 하마스 무장세력이 집중된 일부 지역 제한전을 펴는 것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하 터널 탐색을 위한 로봇과 드론 외에도 액체 물질 스펀지 폭탄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체를 분리해놓은 금속 막대를 제거하고 투척하면 내부 액체가 섞이면서 거품이 부풀어 오른 뒤 바로 단단해져 땅굴 입구와 틈새를 막는 방식이다.

또 이스라엘은 남부 네게브 사막의 군 기지에 ‘리틀 가자’라고 불리는 가자지구 축소판을 만들어 시가전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좁은 거리와 미로 같은 터널을 이용한 하마스의 게릴라 전술에 대비, 적군을 색출하고 교전하는 모의 전투로 감을 익히는 것이다.

실제 전면적인 지상전이 시작되면 이스라엘군은 지상 근처의 초소형 무인기(드론)·공격헬기부터 감시·자폭 드론, 전투기, 가장 높은 고도의 전략 정찰기까지 층층이 공군력을 동원해 공중을 철저히 장악하고 보병 전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후 포병을 통해 시가지에 길을 뚫고 3층 높이 장갑 불도저 등 기갑 전력을 선두로 한 지상군 병력이 이를 지나가는 작전을 벌일 전망이다.

이스라엘 군 지도부가 여러 차례 ‘육해공 입체 작전’을 거론한 점을 고려하면 해군까지 포함하는 전면 공격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공격과 제한적 작전이라는 두 가지 방안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 비교해 분석하기도 한다.

첫 번째는 2014년 미군이 대규모 지상공격을 감행했던 도시 이름을 딴 ‘팔루자 모델’, 두 번째는 이슬람국가(IS·다에시) 테러 조직에 대응한 국제 연합군이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전을 벌인 ‘모술 모델’이다.

하지만 CNN은 이 양 갈래 시나리오와 관련해 "두 가지 버전 모두 상당한 사상자를 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라고 지적했다.

9년 전인 2014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전격 침공했던 때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포를 쏘지 못하도록 막고 땅굴을 분쇄하고자 가자지구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하마스가 오히려 더 깊고 길게 땅굴을 파는 결과를 낳았을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주민 2000여명이 사망한 데 따른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와 군 지도자들의 일관된 발언이나 가자지구 국경 안팎에서 이뤄지는 이스라엘군 움직임으로 미뤄볼 때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점은 전시내각의 만장일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지난 21일 밤 보병 지휘관들에게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지난 19일 접경지에 집결한 장병들에게 가자지구를 곧 "안쪽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20일에는 크네세트(의회)에 출석해 공습에 이은 지상전으로 하마스를 파괴하고 숨은 저항 세력을 제거한 뒤, 가자지구에 하마스를 배제한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는 3단계 지상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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