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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명예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굵직한 의사결정을 연이어 내리고 있어 향후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변동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거나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지주사나 주력사 주가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각종 범죄에 연루돼 ‘총수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여지가 있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24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재용 회장 체제에 들어선 이후 ‘뉴삼성’ 기치를 내걸고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현재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을 지배하면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순차적으로 소유하는 구조다. 한계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변수도 있다.
‘총수의 결단’에 따른 변화의 파도는 삼성물산에서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다양한 형태로 계열사간 지분 매각이나 총수 일가의 지분 취득이 이뤄질 수 있지만 그 중심에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4%,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06%를 들고 있다. 각각 18조원, 22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삼성물산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20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2개월 선행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8.6배 가량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정도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사법리스크’와 삼성생명법 같은 ‘입법리스크’가 끝나야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취득 방법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주력사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고차방적식’을 풀어야 한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돌아가는 큰 고리가 있지만 정 회장은 여기에서 영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목받는 기업은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니어링(비상장) 등 정 회장 지분율이 높은 회사다. 정 회장의 ‘실탄’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 ‘지배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할 당시 현대모비스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법을 택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급락하고 현대글로비스 가치는 급등했다. 시장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지만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을 성공적으로 증여받기 위해서는 이와 비슷한 방향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서정진 명예회장의 뚝심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셀트리온 3사 합병’ 이슈도 개별 기업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안이 최근 임시주총에서 가결되는 등 첫걸음은 뗐지만 주가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워낙 오래된 이슈인 만큼 시장에서 기대보다는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서 명예회장이 더욱 파격적인 주주가치 제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합병비율 등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새나오는 기업도 상당수다. ‘순살자이’ 논란으로 신뢰를 잃은 GS건설의 경우 총수 4세 경영인인 허윤홍 미래혁신대표가 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칠 수는 있지만 주력업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주가는 하방압력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시장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CJ그룹, 가족간 소송전이 진행 중인 LG그룹 등도 저평가된 지주사 주가가 움직일 요인이 충분해 보인다. 무리한 인수합병(M&A) 추진으로 재무부담이 커진 신세계그룹 역시 현금 동원을 위해 알짜 사업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지주사(한진칼) 주가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정부(산업은행)가 사실상 ‘백기사’로 참전하며 승기를 잡았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될 경우 지분 싸움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2020년 당시 11만원대까지 올랐던 한진칼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4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카카오는 ‘총수리스크’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경우다.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은 전날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았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 그동안 카카오 계열사라는 이유로 높은 수준의 멀티플을 받았던 기업들도 앞으로는 반대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카카오’ 이름이 붙은 기업들 주가는 앞으로 큰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경영 자체도 부실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상당수 계열사들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와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 등 경영진은 ‘도덕적 해이와 상식 밖 탐욕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카카오의 경영 환경이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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