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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취임 3주년만에 ‘패스트팔로워’에서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해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의 안정적인 리더십 아래 현대차·기아는 완성차 판매 ‘글로벌 톱3’ 반열에 올랐고 영업이익은 5배 뛰었다. 전기차, 로봇 등 신기술 분야에서는 선두업체로 발 빠르게 치고나가고 있어 체질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4일 취임 3년을 맞는다. 그간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가 많이 발생했지만 불안정한 대외환경 속 내실을 나름대로 잘 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차량이 잘 팔려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2.7% 증가한 684만5000대를 팔았다.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사상 처음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366만대가량을 판매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고부가가치 차종 출고량을 늘리며 수익성도 개선됐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17조529억원이다. 정 회장이 그룹 수장이 된 2020년(4조4612억원)의 4배에 달한다.
올해 분위기도 좋다. 지난 1분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는 7조641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3년 사이 영업이익이 5배 뛰는 셈이다.
신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포니 쿠페를 49년만에 복원하는 등 ‘과거의 유산’을 새롭게 정의하며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을 개척한 고(故) 정주영 선대 회장, 국내차 최초 고유 모델 포니를 개발한 고 정세영 회장, 그리고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메이커로 키운 정몽구 명예회장이 남긴 유산을 토대로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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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국내에서는 레벨4 자율주행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자율주행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와 아이오닉5 기반의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설립한 슈퍼널을 통해 2028년 미국에서 UAM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30년 이후 지역간 항공모빌리티(RAM) 기체도 상용화할 방침이다. 수소 생산부터 공급망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수소사업 툴박스’도 구축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정 회장은 대표 모델 ‘넥쏘’의 후속 모델 개발에도 애정을 쏟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유산 격인 ‘품질경영’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내구품질조사(VDS)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 2015년 정의선 당시 부회장 주도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지난 8월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고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 전용프랫폼 ‘E-GMP’를 기반으로한 아이오닉5와 EV6, 아이오닉6 등은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했다.
정 회장의 리더십도 인정받고 있다.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올해 초 ‘2023 파워리스트’ 50인의 명단을 공개하고 정 회장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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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초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 인사를 하고 있다 |
재계에서는 ‘정의선 체제’ 마지막 퍼즐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꼽는다. 주요 대기업 중 아직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지니고 있어 이를 끊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력사 지분을 효율적으로 증여받는 계산도 해야 한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