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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가 미국에 짓고 있는 배터리 합작공장 조감도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양국 기업간 협업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전기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토요타와 연간 2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합작공장(JV)을 제외한 LG엔솔의 단일 수주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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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토요타에 공급하는 파우치 롱셀 배터리 이미지. |
토요타에는 하이니켈 NCMA 기반 파우치셀이 탑재된 모듈이 공급될 예정이다. LG엔솔은 이를 위해 올해 말부터 2025년까지 미국 미시간 공장에 총 4조원을 투자해 토요타 전용 배터리 셀 및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생산된 배터리 모듈은 토요타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팩으로 조립돼 토요타 신형 전기차 모델에 주로 탑재될 예정이다.
LG엔솔은 일본의 다른 완성차 업체 혼다와도 피를 섞은 상태다. 양사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L-H Battery Company, Inc’는 지난 3월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 합작법인은 한국 이차전지 업체와 일본 완성차 업체의 첫 전략적 협력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신규 공장은 약 18만6000m² 규모로 건설된다. 내년 말 완공,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투자금액 44억달러, 연간 생산능력 40GWh 규모다. LG엔솔과 혼다는 긴밀한 대화를 통해 북미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움직임도 활발하다.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산업진흥센터에서 한국과 일본이 최초로 공동 결성한 벤처 투자 펀드인 ‘신한-GB 퓨처플로우(FutureFlow) 펀드’ 출범식을 열었다. 이 펀드는 약 50억엔 규모로 조성된다. 신한금융 자회사인 신한벤처투자와 일본 벤처캐피탈(VC) 기업인 글로벌 브레인이 공동으로 운용한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육성·투자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코트라는 우리 기업의 일본 수출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일본 오사카 뉴오타니호텔에서 ‘2023 오사카 한국 우수 상품전’을 열었다. 주오사카 한국 총영사관과 협력해 개최한 이번 상품전은 한국 제품에 대한 현지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획됐다. 행사에는 일본 대형 유통 업체와 가전 전문 체인사 등이 참여해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전해진다.
3년여간 극단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는 올해 5월을 기점으로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한일 정상이 과거 갈등을 털고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한 게 출발점이다. 양국은 화이트리스트 복원, 반도체 공조 등 행동을 시작했고 경제단체들도 연이어 회담을 가지며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과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5일 오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제14차 한일 차관 전략대화를 개최했다. 2016년 이후 중단됐던 한국과 일본 금융당국 간 셔틀 회의도 올해 12월 7년만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간 동맹 사례가 일단 먼저 알려지고 있는데 중견·중소기업이 손을 잡는 뉴스도 앞으로 계속 들려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