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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vs 변협, 혁신 편에 선 법무부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28 22:54
법무부가 기술 혁신에서 큰 공을 세웠다. 법을 다루는 법무부와 혁신이 무슨 상관? 상관이 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9월26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에게 내린 징계 결정을 취소했다.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로톡’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이다. 소비자(의뢰인)는 로톡에서 자기가 원하는 법률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종래 어떤 변호사를 찾아가야 할지 몰라 쩔쩔매던 소비자의 눈에 로톡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혁신적이다.

앞서 변협은 2021년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뒤 2022년 10월부터 일부 변호사들에게 징계(견책 또는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 전원이 이의신청을 냈고, 법무부는 첫 이의신청을 받은 때로부터 9개월만에 징계를 취소했다. 징계위는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장을 제공할 뿐 둘을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징계위 결정이 나온 뒤 로앤컴퍼니는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리걸테크는 비로소 제대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 포럼은 "법률시장은 이제 IT 첨단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시대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며 법무부의 결정을 반겼다. 이번 결정이 "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에게도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다"는 것이다.

로톡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회원 변호사는 2000명이며, 누적 법률 상담 건수는 84만건에 이른다.

‘법조 3륜’이란 말이 있다. 법원, 검찰, 변호사 직역에 종사하는 법조인을 통칭한다. 이들이 사법시험 선후배 사이로 한식구처럼 지낸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도 풍긴다. 사실 장관, 차관을 비롯해 법무부 상층부도 다 법조인이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변협과 싸우는 로톡의 손을 들었다. 이렇게 보면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그 자체로 혁신적이다.

혁신은 늘 마찰을 부른다. 혁신이 있는 곳에 이미 기득권이 있기 때문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모빌리티 혁신을 추구하던 ‘타다’의 꿈이 좌절됐다. 국회는 2020년 3월 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바꿔 타다의 발을 묶었다. 4·15 총선 직전의 일이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혁신에 제동을 거는 데 동조했다. 혁신과 기득권의 마찰은 현재진행형이다. 의약(강남언니, 닥터나우), 세무(삼쩜삼), 공인중개업(직방) 등이 대표적이다.

변양균은 ‘경제철학의 전환’에서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슘페터 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경제관료다. 조지프 슘페터가 누구인가? ‘창조적 파괴’로 이름을 알린 20세기 경제학자다. 변양균은 말한다. "슘페터식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기업가가 부단히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방식이다. 즉 기업가가 창조적 파괴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토대, 기업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어 "경제철학을 슘페터주의로 전환할 필요성은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혁신을 수용할지 말지 그 열쇠는 소비자가 쥐고 있다. 길게 보면 기득권은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혁신을 이기지 못한다. 18세기 산업혁명 태동기에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직물기를 부수었다. 독일 뱃사공들은 증기선에 난입해 모래를 뿌렸다. 그러나 가내 수공업이 직물기를, 나룻배가 증기선을 당할 수는 없다.

다만 로톡 등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기득권의 저항은 인지상정이다. 누군들 ‘내 것’을 건드리면 좋아하겠는가. 기득권도 시대의 산물이다. 이들을 무조건 혁신의 장애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옳지 않다. 가능한 한 공존을 모색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타다 사례를 보면 택시업계와 갈등은 끝내 정치 이슈로 비화됐다.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에겐 택시 기사가 가진 확실한 한 표가 더 중요하다. 혁신이 뿌리내리려면 먼저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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