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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60년] 팔도 ‘도시락면’ 뚝심 통했다…러시아 장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7 15:30

④ 모라토리움·전쟁에도 잔류…용기면시장 60% 차지
우크라 전쟁 시기 판매 급증, 연매출 절반 수준 육박
글로벌 GB푸드 제휴, 러 교두보 삼아 해외진출 확대
신제품·MZ세대 마케팅 내세워 '비빔면 1위' 방어주력

팔도 라면

▲러시아 현지 소비자들이 팔도 도시락면을 즐기고 있다. 사진=팔도

한국에서 라면이 생산된 지 올해로 60주년이 됐다. 과거 보릿고개를 겪던 배고픈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져온 서민음식 라면은 쌀을 잇는 ‘제2의 주식(主食)’으로 떠올랐다. 환갑을 맞이한 라면은 이제 ‘끼니 때우기’ 식품을 넘어 ‘K-푸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인의 인기식품에서 전 세계인이 간편식으로 즐겨먹는 글로벌푸드 라면으로 확장하고 있는 한국 라면의 60년 발자취와 해외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라면산업의 향후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hy 계열사인 종합식품기업 팔도가 뚝심 있는 라면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변동성과 점유율 경쟁 심화 등 여러 악재에도 ‘도시락면’·‘팔도비빔면’·‘왕뚜껑’ 같은 장수 브랜드 위주로 팔도 라면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국내외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맷집 단단히"…악재에도 러시아 용기면 1위

팔도는 주력 진출국인 러시아를 둘러싼 위험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도 라면 해외사업의 탄탄한 맷집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에 사무소를 개소한 지 1년 만인 1998년 러시아 정부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하는 등 대형 악재에 직면했음에도 팔도는 현지 잔류를 선택하고 꾸준히 마케팅을 펼친 결과 ‘도시락면’을 러시아에서 컵라면 1등 제품까지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도시락면’은 1986년 팔도가 출시한 국내 최초의 사각용기 라면으로, 현재 러시아 용기면 시장에서 60%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락면’을 러시아 히트제품 반열에 올린 일등공신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었다. 추운 지역인 만큼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는 소비 성향을 반영해 마요네즈 소스를 추가한다거나, 광활한 대륙 특성상 철도 이용률이 높은 점을 고려해 포크를 동봉한 것을 팔도는 대표사례로 든다.

‘도시락면’의 판매 호조는 매출 증대로 연결됐고, 특히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발발하자 폭발적인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팔도 러시아법인(도시락루스·코야) 매출액은 약 4915억원으로 전년(약 3026억원)과 비교해 62.4%나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팔도의 전체 매출이 1조38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거의 절반이 러시아 매출에서 나온 셈이다.

팔도는 핵심사업지인 러시아를 교두보 삼아 유라시아 전체 지역까지 라면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식품기업 GB푸드의 러시아 사업권을 따내며 비(非)라면 식품제품으로 사업역량을 넓히며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GB푸드의 주요 시장이 유럽과 아프리카라는 점에서 팔도는 러시아를 수출 거점으로 적극 활용해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등 인근 8개국으로 진출해 매출 확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생산시설 확충에도 힘쏟고 있다. 현지수요의 증가로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 ‘도시락면’ 등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공급량 확대 인프라를 서둘러 늘린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약 282억원을 투입해 러시아 랴잔 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해 기존 공급량보다 연간 최대 1억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예상한다.

괄도네넴띤, 갓뚜껑

▲팔도가 지난 2019년 1월 한정출시한 라면 ‘괄도 네넴띤’(왼쪽)과 올해 5월 선보인 용기라면 ‘갓뚜껑’. 사진=팔도

◇재미 더해 ‘원조 비빔면’의 자존심 지킨다

팔도의 또 다른 라면 대명사는 ‘비빔면 절대강자’로 꼽힌다. 지난 1984년 선보인 국내 최초의 비빔라면 ‘팔도비빔면’의 공이 컸다. 출시 이후 39년 동안 17억개가 팔리면서 현재까지 국내 비빔라면시장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빔면 시장 점유율은 팔도가 53.3%로 1위다. 그 뒤를 농심(19.1%), 오뚜기(11.4%) 등이 따르고 있다. 한때 80%대였던 ‘팔도비빔면’의 점유율이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50%대까지 떨어져 ‘빨간불’이 켜졌다는 업계의 지적도 나오지만, 팔도는 차별화된 제품 및 마케팅을 내세워 점유율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 고객을 겨냥한 신제품으로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신제품은 2019년 내놓은 한정판 라면 ‘괄도네넴띤’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신조어 만들기 문화 ‘야민정음’( 특정 단어의 한글 자모를 비슷한 모양의 자모로 바꾸어 재미있게 표기하거나 부르는 현상)에서 착안해 기존 ‘팔도비빔면’ 이름을 ‘괄도네넴띤’으로 바꿔 선보인 신제품이다.

‘괄도네넴띤’은 맵기도 기존 대비 5배 높여 화제를 모으면서 출시 1개월 만에 초기물량 500만개가 동이 났다. 추가 생산분까지 더하면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개가 완판되는 큰 호응을 받았다. 한정판 판매 종료에도 재출시 요청이 쇄도하자 ‘팔도 비빔면 매운맛’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시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팔도는 1990년 출시한 매운 라면 ‘왕뚜껑’에도 새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에 맞춰 맵기를 강화하되 ‘킹’·‘갓’ 등 신조어를 붙인 신제품으로 고객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2021년 1월 한정 출시돼 출시 2개월 만에 300만개가 팔리면서 상시 판매로 전환된 ‘킹뚜껑’의 성공에 힘입어, 올 들어 프리미엄 제품인 ‘갓뚜껑’까지 선보였다.

팔도 관계자는 "경쟁사의 신제품 공세 속 팔도비빔면의 차별점은 매년 달라지는 원재료 맛을 고려해 기술적 노력을 기울여 고유의 맛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며 "최근 매운 라면 시장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킹뚜껑 등 주력 제품 중심으로 품질을 개선하고, 소비자 지향형 협업 마케팅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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