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조하니

inahohc@ekn.kr

조하니기자 기사모음




[K-라면 60년] 농심, '라면 1위' 역량 해외에 쏟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3 17:58

③ 2030년 美시장 석권 '잰걸음'
수출 비중 37%서 2025년 50%로 견인
LA 2공장 이어 3공장 추진 생산 확대
하얀짜파게티·비건푸드 '뉴농심' 주목

농심

▲신라면 컵라면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농심

한국에서 라면이 생산된 지 올해로 60주년이 됐다. 과거 보릿고개를 겪던 배고픈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져온 서민음식 라면은 쌀을 잇는 ‘제2의 주식(主食)’으로 떠올랐다. 환갑을 맞이한 라면은 이제 ‘끼니 때우기’ 식품을 넘어 ‘K-푸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인의 인기식품에서 전 세계인이 간편식으로 즐겨먹는 글로벌푸드 라면으로 확장하고 있는 한국 라면의 60년 발자취와 해외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라면산업의 향후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지난 1980년 중반부터 일찌감치 국내 라면시장 1위로 올라선 ‘라면왕’ 농심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인구절벽 심화와 원가 압박 등으로 정체된 내수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려 라면의 국외매출 비중을 늘리고, 특장점인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오는 2030년 ‘미국 1위’ 라면기업 등극 목표

농심은 이르면 오는 2025년 미국 제3공장 착공에 들어가 미주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라면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수요를 뒷받침하며 2030년까지 미국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고, 현재 1위인 일본 라면기업 토요스이산을 누르고 최강자 자리를 꿰찬다는 목표이다.

농심이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심은 매출 3조 달성이라는 단맛을 봤다.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9% 신장한 12억4300만 달러(약 1조6400억원)로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하며 실적 성장에 보탬이 된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매출만 전년 대비 24% 오른 4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2025년까지 농심이 해외매출 비중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미국에 앞서 진출했던 중국·일본 시장에서 ‘매출 정체’ 움직임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내수침체의 영향으로 최근 2년 간 중국법인 매출은 약 2000억원대, 일본법인 매출은 800억원대 후반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시장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주력 제품인 ‘신라면(봉지)’ 제품 판매액은 8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 큰 폭으로 올랐다. 성장세를 이어가며 올 상반기 기준 농심의 전체 해외법인 가운데 미국은 44.8%로 가장 높은 해외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폭발적인 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생산량 확대가 주효했다. 농심은 지난 200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제1공장을 설립한 이후 17년 만인 지난해 4월 제2공장 가동을 본격화했다. 신공장 생산능력만 3억5000개로, 제1공장(5억개) 대비 생산량을 약 70% 늘린 셈이다.

당초 2공장이 중남미 지역 진출까지 고려한 생산거점인 만큼 진출국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농심은 핵심 타겟인 멕시코 식문화를 고려한 전용 제품 중심으로 적극적 영업과 마케팅을 전개해 수년 내 현지 톱 3브랜드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공급량 확대를 발판으로 기존 미국 내 아시안 시장을 넘어 샘스클럽과 월마트, 크로거 등 현지 대형거래선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라며 "수년 내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4년간 농심 해외매출 비중 추이
구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상반기
해외매출 비중 31% 35% 37% 37%
자료=농심
◇차별화된 신제품, 신사업으로 수익 창출

라면사업은 농심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만큼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78.8%(2조4664억원)가 라면을 팔아 거둔 성과다. 일각에선 내수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데다, 앞서 원가 부담에도 ‘라면값 인하’ 총대를 멘 점을 들어 수익성 난조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농심은 인지도가 높은 라면 브랜드 위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며 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신제품 효과를 노린 무분별한 상품 출시보다 틈새시장을 노린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 게 핵심이다.

지난 5월 짜장 라면은 검은색이라는 공식을 깨고 ‘하얀 짜파게티 큰사발’을 출시하는 파격 실험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 14일 기존 신라면 맵기를 2배 이상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특히, 매운 라면 매니아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신라면 더 레드는 출시 18일 만에 42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기대 이상의 수요가 몰리자 일부 편의점은 수량 제한을 거는 등 품절 사태도 벌어졌다.

잘 하는 라면사업을 영위하면서도 한 우물만 파지 않는 것도 농심의 또 다른 전략이다. 2021년 7월 신동원 회장 취임 후 ‘뉴(NEW) 농심’을 선언한 데 따른 미래 비전이다. 변화와 혁신을 내건 ‘뉴(NEW)’ 농심의 과제는 신사업 진출, 확장을 통해 새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다. 가치 소비 양상이 확산된데 따라 스마트팜·건강기능식품·비건푸드를 3대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inahoh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