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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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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만 지진이 이럴 줄은...모로코 강진 피해 왜 컸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0 08:14
MOROCCO-QUAKE

▲모로코 왕실 소속 군인들이 지진 잔해 속에 남은 사상자들을 수습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2000명 넘는 지진 사망자를 낳은 모로코 강진이 지진 강도가 비교적 낮다고 인식되던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BBC는 이번 규모 6.8 지진이 120여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며, 강진 대비 소홀이 피해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이 전날 오후 11시 11분 북위 31.11도, 서경 8.44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은 오우카이메데네 인근 아틀라스산맥 지역으로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이다.

BBC는 이 진앙을 중심으로 반경 500㎞ 이내 1900년 이후 진도 6.0 이상의 지진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전했다.

1960년 아가디르 근처에서 발생해 수천 명 인명을 앗아간 지진 규모도 당시 5.8로 기록됐다.

BBC는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 충돌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이번 지진이 아틀라스산맥을 계속 밀어 올리는 힘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강력한 지진 활동 대부분은 지중해 동쪽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쪽에서 이뤄진다며 모로코는 그런 지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진에 대한 제한적인 기억과 생소함이 미흡한 대비로 귀결됐다"고 덧붙였다.

역사적으로 지진이 흔치 않아 지진 대비가 소홀했고 더 큰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영국 오픈유니버시티의 데이비드 로서리 교수도 일간지 가디언에 이번 지진이 1900년 이래 가장 강력했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당국이나 주민 모두 이런 지진에 잘 대비했을 것 같지 않다. 현대적인 건물이라 할지라도 이런 큰 지진을 견딘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서리 교수는 "앞으로 지진으로 흔들린 건물 이외에 산사태가 많은 인명을 앗아갈 가능성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빌 맥과이어 명예교수도 이 신문에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파괴적인 지진이 드문 곳에서는 지각의 흔들림을 견딜 만큼 튼튼하게 건물을 짓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이며 그 때문에 많은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지 언론매체들은 전날 지진이 강타한 지역 건물들이 내진 설계는커녕 지진에 취약한 진흙 벽돌집이 많아 피해가 컸다고 진단했다.

맥과이어 명예교수는 "최종적인 인명 피해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른 큰 지진과 마찬가지로 여진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더 많은 인명 피해와 구조 작업의 지장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로코 국영방송에 따르면, 10일까지 강진에 따른 사망자와 부상자 모두 각각 2000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 가운데 중태가 1404명인 데다 추가 수색과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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