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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환율·유가···산업계 업종별 ‘희비교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7 14:23

항공·여행 업계 ‘초긴장’···정유사는 수혜 기대



車·이차전지 등 셈법 복잡···곡물發 고물가 우려도 여전

자료사진.

▲자료사진. 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환율과 국제유가가 최근 급격하게 오르면서 주요 기업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고환율 수혜를 기대하는 수출기업이나 정제마진 개선을 예상하는 정유사들이 웃고 있는 반면 항공·여행 업계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곡물 가격이 상승하며 비교적 잠잠해진 물가를 또 건드릴 가능성도 있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돈다.

7일 관련 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과 미국의 재고 감소에 대한 우려 탓에 최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9거래일 연속 상승해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작년 11월 이후 10개월만에 최고치다.

달러-원 환율도 130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월에만 해도 1200원대에 안착하는 듯 보였지만 지난달부터 급격히 튀어 1320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인덱스 상승, 위안화 약세, 금리부담 등 다양한 요건이 더해진 결과다.

정유사들은 일단 웃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며 재고 평가이익이 늘어나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올라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은 3분기부터 당장 영업이익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4개사는 2분기에는 합산 3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우리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도체 역시 환율이 올라 일정 수준 이익 개선 폭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여행 업계는 정 반대 입장이다.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30% 가량은 유류비로 지출한다. 유가가 오르면 부담이 고스란히 커지는 구조다. 항공유 구매와 비행기 리스료 등을 달러로 지불하는 만큼 환율 상승에 대한 압박도 상당하다. 대한항공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0만달러 이상 손해를 본다. 환율의 경우에도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 300억원 가량 지출 금액이 늘어난다.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는 속내가 복잡하다.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상승한 만큼 제품 가격을 높일 수 있어 수익성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가·환율 상승은 원재료 조달비용을 높여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처지다.

완성차 회사들도 마냥 웃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 등은 작년부터 고환율 수혜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출 실적 개선이 계속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유가로 인한 자동차 소비심리 위축이 걱정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달러가치 상승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이차전지 업체들 상황도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합작해 미국 내에 공장을 다수 건설 중이다. 실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전기차 전용공장의 경우 당초 55억4000만달러 가량을 쓸 예정이었지만 그 규모가 최근 75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물가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실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흑해곡물협정’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밀을 중심으로 식료품 수입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환율 상승 역시 국내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주요 원인들이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내수에서 판매하는 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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