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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의 조건] 글로벌·디지털·비은행...KB금융 회장 선출 관전포인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7 14:26

허인, 국민은행장 시절 해외 사업 확대

리브 엠 출시 등 디지털 서비스 이끌어



김병호, 국제통으로 국제 감각 갖춰

양종희,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주도



'지배구조 변화' 변수..."모범사례 만들 것"


[편집자주] 오는 8일 KB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9년 동안의 윤종규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앞두고 있어 차기 회장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 KB금융 회장 선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차기 회장에게 필요한 자질과 역량, 후보군의 면면을 진단해 본다.

KB금융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김병호 베트남 호치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 3인에 이름을 올린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호치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은 8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지막 검증을 받는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 개인 역량은 물론 KB금융의 경영 전략과 맞아 떨어지는 인물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것이란 예상이다. 후보자들은 이미 재무적인 경영 능력은 입증한 상태로 세부 역량에 대한 평가가 중요할 전망이다.


◇ 글로벌 역량…국민은행 해외 강화 허인·국제통 김병호


먼저 KB금융은 글로벌 강화를 위해 후보들의 해외 역량을 중요하게 따져 볼 것이란 예상이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30%, 2040년까지는 4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이 KB금융의 글로벌 강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회추위에서 후보자들의 글로벌 역량을 비중 있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 부회장의 경우 2017년 KB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했다. 국민은행은 규모에 비해 해외 부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당시 허 행장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며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와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지분 인수, 미얀마 현지법인 설립 인가 취득 등의 해외 성과를 냈다.

통합 상업은행으로 탄생한 KB프라삭은행은 현재 국민은행 해외 법인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반면 인수 당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됐던 부코핀 은행은 정상화 과정이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부코핀 은행의 흑자 전환 시기를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부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도 국제통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나은행장,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역임했던 김 회장은 2020년 3월부터 국제금융공사(IFC) 한국사무소 고문을 지냈고 지난해 4월부터 베트남 HD은행 회장을 맡으며 베트남 현지에서 글로벌 금융을 경험하고 있다. 하나은행 입행 전에도 미국 연방시카고은행에서 근무하는 등 글로벌 감각을 갖춘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해외 네트워크가 두터운 데다 오랜 경험을 지니고 있어 특히 글로벌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디지털 허인·양종희 성과…비은행 역량은 양종희


KB금융이 힘을 쏟고 있는 디지털과 비은행·신사업에 대한 후보들 역량도 중요할 전망이다.

디지털 부문에서도 허인 부회장의 성과가 눈에 띈다. 허 부회장은 국민은행장 당시 KB금융 디지털혁신부문장을 겸직했다. 국민은행의 디지털 서비스인 KB모바일인증서, 손으로 출금 서비스 등과 함께 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 엠(Liiv M)도 출시하며 그룹의 디지털 전환(DT)을 진두지휘했다. 은행권 중 처음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덕에, 지난 4월 리브 엠이 은행의 정식 부수업무로 승인받으며 국민은행은 은행 중 가장 먼저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가 됐다. 행장 시절 구축한 차세대 전산시스템 ‘더 케이(The K) 프로젝트’도 허 부회장의 주요 성과다.

양종희 부회장은 부회장으로 선임된 후 지난해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장을 맡으며 금융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KB스타뱅킹의 슈퍼 앱 전환을 위해 추진된 업그레이드 작업도 양 부회장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

양 부회장은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 두각을 보인 인물로 주목된다. 은행에 입행해 은행업 경험을 쌓았고, 금융지주에서 재무·전략 등을 담당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실무를 맡아 인수·합병(M&A)을 성공시켰고, 2016년 KB손보 대표로 선임돼 3연임의 기록을 세웠다. 양 부회장의 비은행 역량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은행·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KB금융의 요구에도 부응한다는 평가다.


◇ 내부·은행 출신 발탁 가능성 높지만…지배구조 변화 관건


현재 은행권에서는 허인 부회장의 차기 회장 발탁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장 재임 당시부터 경영 능력은 입증된 데다 통상적으로 그룹 내 비중이 높은 은행의 행장 출신 인물이 금융지주 회장으로 발탁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KB금융이 최고경영자(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어 외부 인물보다는 내부 인물 중에서 차기 회장이 선임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확신을 하기는 어렵다. 지배구조 변화를 위해 행장이 금융지주 회장이 된다는 통념을 깨고 비은행 CEO 출신인 양종희 부회장이나 외부 인물인 김병호 회장의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의 이번 회장 선출 과정은 KB금융이 금융권에서 가진 위상과 입지를 고려했을 때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고 있다.

김경호 KB금융 회추위원장은 "회추위는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해 지배구조 모범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내·외부 후보자가 회장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검증해 KB금융의 미래와 성장을 견인할 최적의 적임자가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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