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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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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 본업 진단기술로 실적부진 정면돌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6 16:43

세계최초 코로나진단키트 약발 약화로 상반기 적자
원천기술 경쟁력 자신 글로벌 진단시약 공모전 도전
美 팬데믹 대응 콘트롤타워 신설도 실적회복에 호재

씨젠

▲천종윤 씨젠 대표. 사진=씨젠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국내외로부터 각광을 받았던 진단시약 전문기업 씨젠이 다시 본업에 충실하는 초심경영을 포스트코로나 전략의 방향으로 잡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씨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본격화하던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초기 코로나 방역에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사업 성장 효과도 누렸다.

그러나, 일상회복 엔데믹 전환 이후 진단시약 등 주요 제품 판매 감소로 올해 상반기 매출 1750억원, 영업손실 234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0%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버렸다.

이같은 실적 악화에 직면한 씨젠은 엔데믹 이후 인수합병(M&A) 등 외연 확대보다 ‘본업’인 진단시약 사업에 집중하는 쪽으로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세웠다.

코로나 외에 다양한 질병에 대한 진단시약 기술을 가지고 있어 엔데믹에도 성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 미국이 팬데믹 대응 콘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진단키트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6일 씨젠에 따르면, 지난 4일 세계적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발행하는 영국 스프링거 네이처와 공동으로 진단시약 개발 글로벌 공모 프로젝트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파워드 바이 씨젠’을 시작했다.

이 공모전은 전 세계 과학자를 대상으로 총 15종의 유전자증폭(PCR)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과제를 공모하는 프로젝트로, 오는 10월 31일까지 공모해 내년 3월 선정을 거쳐 시약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종 선정된 과학자에게는 과제당 최대 8억원의 연구비와 함께 씨젠의 신드로믹 정량 PCR 시약, 추출시약, 장비 및 소프트웨어, 임상시험 노하우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이 15개 과제에는 성매개감염, 진드기매개 감염,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등 비(非) 코로나 감염 질환과 기존 약물에 대한 내성을 진단하는 진단시약 등을 개발하는 과제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씨젠의 시약과 기술 노하우를 프로젝트 참가 과학자와 공유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질환의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일종의 ‘기술공유사업’으로, 씨젠은 스프링거 네이처가 보유한 글로벌 과학자 커뮤니티에 씨젠을 널리 알림으로써 많은 우수한 전문가를 파트너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젠이 코로나 기간에 축적한 자금으로 대규모 M&A 등에 나서기보다 기술공유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자체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엔데믹에도 진단시약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인체 및 동식물에서 채취한 검체로부터 DNA·RNA 등 유전자정보 분석을 통해 각종 질환의 원인을 검출하는 ‘분자진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전략의 든든한 받침목 역할을 하고 있다.

씨젠의 유전자증폭 기술은 타겟 유전자만 골라 증폭시켜 검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으며, 범용성이 뛰어나 코로나와 같은 감염질환 외에 약제 내성 검사, 체세포 돌연변이 검사 등 모든 유전자 관련 질병 검사에 적용 가능하다.

따라서, 1년에 10개 미만의 제품만 개발할 수 있는 독자 개발 방식 대신 1년에 수백, 수천개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공유(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에 비해 2분기에 비(非)코로나 진단시약 매출이 늘고, 적자폭이 줄어든 것도 진단시약 사업 집중에 힘을 실어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국이 넥스트 팬데믹 대비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진단키트 기업으로서 호재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월 팬데믹 대응 정책을 총괄할 콘트롤타워 부처인 ‘팬데믹 대비 및 대응 정책실(OPPR)’을 대통령실 산하에 신설했다. 이 조직은 향후 국가 차원에서 잠재 팬데믹의 원인을 관리하고, 모든 개인이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총괄할 예정이다.

씨젠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시약개발 공모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경쟁사보다 훨씬 다양한 진단시약 제품 수와 경쟁력 있는 품질·가격으로 매출 극대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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