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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산정 제도' 개편 앞두고도 한숨쉬는 카드사…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3 09:38

금융당국, 이르면 이달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주기 5년으로"



카드사 "수수료 더는 못 낮춰…현실적인 산정 필요"

마그네틱카드들_연합뉴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중 금융당국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카드사가 올해 들어 부진한 성적표로 고전 중인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 조정 주기를 앞두고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손보겠다고 했지만 업계는 사실상 형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수수료 인하의 구실이 된 제도 자체에도 회의감을 느낀다는 입장도 나온다.


◇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편 나서는 당국…카드사 "갈수록 어려워"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중 금융당국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금융당국이 가맹점에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드는 조달비용이나 마케팅비용, 위험관리 비용 등 원가를 고려해 합리적인 수수료 수준을 정하는 제도다. 지난 2012년 마련돼 3년 주기로 적격비용이 정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해당 제도 시행 이후 매 주기 수수료가 인하되고 있어 카드업계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가맹점 수수료는 7조4724억원으로 지난 2014년 9조658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이 0.5~1.5%(체크카드 0.25~1.25%)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는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95.8%에 달한다.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는 내년에 돌아오는데 사실상 수수료 인하가 예상되고 있어 카드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소상공인 살리기 명목에 따라 이번에도 수수료가 줄어드는 쪽으로 결정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현재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는 특성상 주기가 늘어나면 카드사들의 사업계획이나 경영 지표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번 재산정 제도 조정을 통해 주기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카드사들은 내년 재산정 이후 수수료 조정을 맞이하게 된다.

카드사들은 최근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가맹점 수수료가 현재보다 더 낮아질 경우 자금 사정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본업 수입 영역인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인데다 이자비용 증가가 목을 조이고 있어서다.

신한·삼성·롯데 등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1조4168억원이었다. 카드사는 최근 조달금리가 높아진 금융환경 탓에 이자비용이 증가했다. 여전채 금리는 앞서 3%대를 보이다 지난 5월 4.010%를 기록한 뒤 이후 꾸준히 4%대에서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 연체율은 1.58%를 기록해 반년 새 0.38%P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이에 대손비용 등이 불어나는 등 건전성도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 업계 "재산정 주기 늘어나도 어려움은 그대로…실제 형편 더 안좋다"


ㄱㄱㄱ

▲금융위원회.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현재 고려 중인 재산정 주기 조정은 합리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산정 주기가 늘어나도 결국 여러 논리에 의해 수수료가 인하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과는 달리 대형가맹점 인상에는 침묵하는 등 잣대가 이중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존 3년 주기였을 때도 3년마다 일정하게 내리지 않아 매년 내렸었고, 1년에 두 번 내린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은 영세 가맹점에 대해선 수수료를 내리라는 압박이 거셌는데,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해달라는 업계의 요구에는 침묵한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현실적으로도 수수료율을 더는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카드업계는 카드사용량이 늘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긁을 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가 발생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영세 소상공인의 수수료 경감 혜택은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체 가맹점의 약 92%가 세액공제를 적용받아 실제 수수료율이 없거나 되레 환급을 받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 실적을 보면 알겠지만 조달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으며 수익을 낼 수있는 부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부가사업을 허가해 준다는 지침도 있었으나 그 역시 당장에 돈은 안되며 모든 카드사의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당국이 수수료율을 정하기 위해 살펴보는 기준 또한 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는 입장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과거 3년을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산정하는데 저금리 호황기에 따른 수익 지표를 기준으로 보니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더 내릴 여력이 있다고 보는듯 하다. 현재 조달 비용은 당시와 다르다"며 "카드사들은 조달을 하기 위해 판관비 축소나 몸집 줄이기 등으로 어떻게든 장부상 수익을 내야하는 구조인데 사정을 모르고 표면적 지표에 의해 수수료율이 낮아지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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