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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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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균열’ 노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략, 남부 밀고 본토 견제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31 21:47
RUSSIA UKRAINE CONFLICT

▲미하일 베데르니코프 러시아 프스코프 주지사가 텔레그램을 통해 제공한 드론 파괴 후 연기가 치솟고 폭발이 일어나는 사진.EPA/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두 달여 간 러시아군 방어선에 가로막혔던 우크라이나가 남부 전선 공세를 강화하고 동쪽 러시아 본토에 ‘드론 견제구’를 넣는 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최근 파리에서 프랑스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군을 크림반도로 몰아넣을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부 전선 전략 요충지인 자포리자주 로보티네 마을을 탈환하면서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상통로를 차단할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쿨레바 장관은 "(로보티네) 양 측면을 확고히 하면서 우리는 토크마크, 멜리토폴과 크림반도 행정경계로 가는 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토크마크와 멜리토폴은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한 러시아군 핵심 보급로가 지나는 곳들이다.

이 도시들을 우크라이나에 빼앗기면 크림반도를 거치지 않고 직접 탄약과 물자, 병력을 투입할 길이 막히게 된다. 아울러 드니프로강을 따라 형성돼 있는 러시아군 방어선도 유지되기 힘들어진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이날 전황 보고서에서도 로보티네 남부와 남동부 방면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다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측 주장과 달리 로보티네와 인근 베르보베 일대에서 9차례에 걸친 우크라이나군 공세를 모두 막아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로보티네와 베르보베 사이 좁은 구역에 양측 부대 다수가 뒤섞인 채 근접전을 벌이면서 상당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로보티네를 확고히 장악했더라도 쾌속 진격이 시작되긴 어려울 수 있다.

러시아 군당국은 이 지역에 3겹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밝혔는데, 우크라이나군 로보티네 탈환은 이중 한 겹을 뚫어낸 것에 불과하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는 역습에 나선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 전략요충지인 쿠피안스크를 향해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퍼붓던 후방에 대한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한 드론 공습을 감행하면서 사실상 ‘공방전’ 양상을 띄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한 이후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항을 거듭 폭격한 데 이어 3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해 올 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번 공격에는 이란제 자폭 드론은 물론 투폴레프(Tu)-95MS 전략폭격기까지 동원돼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댔다고 한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도 같은날 새벽 러시아 북서부 프스코프를 비롯한 러시아 본토 6개 지역을 대상으로 이번 전쟁 발발 후 최대규모로 보이는 드론 폭격을 감행했다.

전방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없는 이런 소모적 후방 장거리 공격에는 심리전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드론 공격 소식과 격추 소식 등을 계속해서 전파하며 군 사기와 국민 여론을 북돋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31일도 수도 모스크바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드론(무인기)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보스크레센스키는 수도 모스크바 동남쪽에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저녁에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브랸스크주에서 드론 2대를 요격했고, 크림반도 상공에서는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최근 드론 공격에 대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 영토에 대한 최대 규모 공격으로 분석했다.

공격에 사용된 드론 가운데는 골판지로 만든 3500달러(약 460만원)짜리 저가 ‘종이비행기’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호주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매달 100대씩 총 2000만 달러(약 260억원) 상당 골판지 드론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상황이다. 이 드론은 네모난 상자 형태로 운반된 뒤 즉석에서 조립돼 사용되며, 난이도는 조립식 가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드론에 러시아군 방공망이 뚫리는 경우가 잦아진 데는 골판지 드론 등장도 일부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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