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이슈분석] ‘한경협’ 새출발하는 전경련···앞으로 과제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0 09:50

4대그룹 복귀 필수···고강도 혁신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
대한상의와 역할 분담 필요···‘싱크탱크형 기관’ 발전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로고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새출발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잔뜩 쌓여있다. 삼성 등 4대그룹이 재가입할 확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다는 고강도 혁신을 약속해야 재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는 만큼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변화하는 모습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수년간 재계 맏형을 자처해온 대한상공회의소와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지도 고민거리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5월 한경협으로 재탄생을 선언하며 △정경유착 차단을 위한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산하 연구기관(한국경제연구원) 흡수 통합을 통한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전환 등 혁신안을 발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경련의 ‘투명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기업들에 요청한 사실 등이 드러나자 이 단체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전경련은 이밖에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일해재단 자금모금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비자금 제공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 등에도 연루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역시 18일 임시회의를 통해 전경련 ‘조건부 재가입’을 권고하면서 혁신 의지 등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임시회의에 참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임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전경련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입장"이라며 "위원회는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고 이사회와 경영진에서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이 정부와 관계에서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 소통창구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도 미지수다. 지난 정부부터 대한상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탓이다. 대한상의는 재계 2위 SK그룹의 수장인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4대그룹을 비롯한 기업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들이 총출동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지원 활동이 대표적이다.

대한상의는 한국상공업 육성이라는 대표성을 지녔다. 다른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이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싱크탱크형 기관’으로 재탄생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종 정책 제안과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1973년 설립된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롤모델’로 꼽힌다. 헤리티지재단은 다양한 분야 정책을 연구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경협을 이끌게 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된다. 전쟁, 무역분쟁 등 여파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류 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대응하는 데 전경련이 싱크탱크 기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경련이 이번 정부 들어 존재감을 발산하기 시작한 것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구축한 덕분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등 4대그룹이 회비를 내며 활동하는 확실한 회원사가 되는 게 전경련 부할의 첫걸음"이라며 "대국민 약속, 정관 변경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확실한 혁신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기관명을 한경협으로 바꾼다. 한경협은 1961년 전경련 설립 당시 사용했던 명칭이다. 총회에서는 한경연 흡수합병, 류 회장을 추대하는 안건 등도 논의한다.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