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강현창

khc@ekn.kr

강현창기자 기사모음




SK하이닉스 첫 '자사주 상여금'… 오버행 물량 될지 촉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08 16:06

31억원 규모 자사주 임직원에게 상여금으로 지급



올해들어 스톡그랜트 제도 도입…일반 주주는 불만



자사주, 2조원 EB 발행에 할용…잠재적 오버행 우려

skh

▲SK하이닉스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SK하이닉스가 임직원 수십명에게 3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나눠줬다. 노사 합의에 따라 우리사주를 상여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자사주상여금(스톡그랜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사주를 받은 임직원들은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보유하게 됐지만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환영하기 힘든 일이다. 결국 자사주를 시장에 풀어버리는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스톡그랜트를 받은 직원은 4년의 의무보유 기간이 있긴 하지만 잠재적인 오버행 물량이 된다. 자사주 소각 등을 주주환원 대책으로 요구하던 주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4일 SK하이닉스의 사외이사 7인 등 임직원 33명은 동시에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를 공시했다. 내용은 자사주상여금을 받았다는 것으로 많게는 600주가 넘는 주식을 받은 임원도 있다.

가장 많은 자사주를 받은 사람은 하영구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으로 666주의 주식을 상여금으로 받았다. 3일 종가를 기준으로 약 7900만원 규모다. 하 의장은 이미 920주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상여금으로 받아 보유 중이었는데 이번에 주식수를 70% 넘게 늘린 것이다.

이어 SK하이닉스의 사외이사로 있는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와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가 541주를 상여금으로 받았다. 3일 종가 기준 각각 6492만원 어치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상여금 지급으로 보유 주식수를 두배 가량 늘렸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스톡그랜트 실시로 약 31억2371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자사주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하나증권과 SK증권을 위탁업자로 지정해 장외에서 나눠줬다.

이번에 공시된 인원은 33명이고 액수는 7억5540만원 규모다. 약 24억원 어치의 자사주는 공시 의무가 없는 일반 임직원이 받아간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상여금 지급을 위한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임직원은 경영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받는다. 한번에 자사주 상여금을 일괄 지급 받거나 분기별로 나누어 수령하면 된다.

한편 이같은 SK하이닉스의 정책에 일반 주주들은 불만이 크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가진 자사주는 소각하는 것이 가장 주주환원에 부합되는 처리 방안이다. 하지만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나눠주면 언젠가는 시장에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자사주를 상여금 뿐만 아니라 1조9744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데 담보로 쓰기도 했다. 담보로 잡은 자사주는 1775만9040주 규모로 액수로는 2조3000억원 수준이다.

EB란 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사채다. 자사주를 EB담보로 잡으면서 사실상 자사주를 시장에 풀어버리는 효과가 온다.

EB 담보로 잡은 자사주는 이미 교환청구기간이 도래하면서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EB의 교환가액이 1주당 11만1180원으로 현재 주가와 큰 차이가 없어 다소 안심하는 상황이지만 향후 희석(오버행)에 따른 주가 상승을 억누르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주주들의 불만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은 부진하지만 주가흐름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상여금과 사채발행에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카드지만 기존 일반 주주입장에서는 불만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h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