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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본사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현대차·기아가 올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지만, 주가는 하향세를 타고 있다. 올 3분기부터 전기차(EV) 수요 위축 등으로 판매실적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대규모 리콜 사태, 인센티브 비용 상승 부담까지 겹쳤다. 증권가에서는 EV 판매 부진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적정 주가를 낮추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는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양사 모두 1~2분기 영업이익·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각각 10.8%, 11.0% 늘어난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거둔 데 힘입은 결과다.
◇EV 수요 위축, 美 보조금 대상 제외
그러나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의 주가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0.21%, 0,90% 오른 강보합 마감했지만, 올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주가는 최근 1개월 동안 8.32%, 기아는 10.51%가량 하락했는데, 이 기간 2분기 호실적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주가 반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장사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 특성상, 올 하반기 이후 현대차·기아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계속되는 고금리 영향으로 3분기부터 글로벌 EV 수요가 위축, 해외에서 판매 부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글로벌 EV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현대차·기아가 미국의 EV 판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불리한 요소다. 지난 7월 기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누적 EV 판매량은 각각 16.8만대, 11.6만대인데, 이 추세대로라면 당초 제시됐던 연간 EV 판매 목표량(현대차 33만대, 기아 26만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 유력하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생산공장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오는 2025년쯤에나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 확보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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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거래소 |
◇EV 감산… 리콜·인센티브도 부담
이미 현대차·기아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주력차량(아이오닉5, EV6)을 제외한 기타 차종에 대해 감산 조치에 들어갔다. 주요 협력사에 대해서도 판매가 저조한 전기차용 부품 생산량을 최대 20% 감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영업사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인상, 영업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대규모 리콜 이슈까지 터졌다. 현재 기아는 ‘동력 상실’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전기차 모델 EV9을 회수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7월 현대차·기아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문제로 동력 상실 가능성이 있다며 전기차 6종(약 13만대)에 대한 리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2023~2024년형 펠리세이드 △2023년형 투싼·쏘나타·엘란트라·코나 △2023~2024년형 셀토스 △2023년형 쏘울·스포티지 등의 리콜에 나섰다. ISG(스톱앤고, 차가 멈추면 엔진을 자동 정지하는 시스템) 오일펌프의 전동식 제어기에 손상된 부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최근 현대차·기아의 주가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기아에 대한 적정 주가를 15.38% 낮춘(13만원→11만원)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다올투자증권도 양 사의 적정 주가를 각각 하향 조정(현대차 28만원, 기아 11만원)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올해 EV 판매 목표 달성 가능성을 낮게 반영, 각각 적정 주가를 하향 조정한다"며 "단 이러한 EV 판매 둔화는 EV 시장 전반적인 수요둔화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고, 내년까지의 영업이익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