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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해외계열사 올해 400개 이상 증가···삼성은 100여개 줄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08 11:00

CXO연구소 ‘2023년 82개 그룹 해외법인 현황 분석’ 보고서



美 법인 증가세 뚜렷···‘금융허브’ 홍콩 지고 싱가포르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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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해외법인 수 변동 추이.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한화그룹이 올해 들어 해외계열사를 400곳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최대 그룹사인 삼성의 계열사는 100여개 줄었다.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국내 82개 그룹 해외계열사 현황 분석’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한 82개 그룹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82개 그룹이 다른 나라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올해 기준 5680여곳으로 국내에 설립한 계열사보다 2600곳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미국에 세운 법인이 최다였고, 중국에는 다음으로 많은 회사를 운영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조사된 그룹 중에서는 한화가 739곳으로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1년 파악된 447곳 대비 292곳 많아진 것이다. 작년 637곳과 비교하더라도 1년 새 102곳 증가한 숫자다.

국내 그룹 중에서는 한화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가장 많은 해외계열사를 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화는 작년 대비 올해 공시 기준으로 미국에 세운 해외법인이 198곳에서 241곳으로 45곳 늘었다. 스페인에 설립한 해외계열사도 83곳에서 105곳으로 22곳 더 많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 다음으로 해외계열사가 많은 그룹은 SK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기준 SK 그룹의 해외법인 숫자는 598곳이다. 이는 작년 541곳과 비교하면 1년 새 57곳 많아진 숫자다. 2021년에 367개 해외계열사를 둔 것을 감안하면 2년 새 231곳이나 많은 회사가 타국에 세워졌다.

삼성은 566곳으로 한화, SK 다음으로 세 번째로 해외법인을 많이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국내 그룹 중 가장 많은 해외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최다 해외법인 보유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했다.

특히 삼성은 지난 2018년만 해도 663개나 되는 해외계열사를 두고 있었지만 이후 2019년(626곳)→2020년(608곳)→2021년(594곳)→2022년(575곳)에 이어 작년까지 지속적으로 해외에서 세운 법인 숫자를 점차 줄여왔다. 2018년 이후 5년 새 문을 닫은 해외법인만 해도 99곳이나 됐다.

해외국가 중에서도 삼성은 중국에서만 지난 2018년 87곳이던 계열사를 올해는 65곳으로 5년 새 22곳으로 가장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브렉시트(Brexit) 이슈로 주목을 끌었던 영국에서도 2018년 47곳이던 법인이 올해는 32곳으로 5년 새 15개 법인을 철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 SK, 삼성 다음으로 △CJ(393곳) △LG(278곳) △롯데(204곳) △GS(156곳) △포스코(142곳) △네이버(105곳)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법인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올해 기준 미국에만 1321곳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69곳보다 152곳 늘어난 수치다. 전체 해외계열사 중 미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8.8%에서 작년에 22.1%로 증가했고, 올해는 23.2%로 1년 새 1.1%포인트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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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사 해외법인 변동 추이.


미국 다음으로 중국에는 845곳이나 되는 해외법인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대비 올해 대기업 집단에 있는 해외법인 숫자가 400곳 정도 증가했지만, 중국 법인은 겨우 5곳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해외법인 중 중국에 설립된 해외계열사 비중도 작년 15.9%에서 올해 14.9%로 1%포인트 정도 감소했다.

지난 2021년에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법인 숫자는 1037곳으로 미국에 둔 계열사보다 152곳 많았었다. 그러던 것이 작년에는 미국 법인(1169곳)이 중국(홍콩 포함) 법인(994곳)보다 175곳 많아지며 역전됐다. 올해는 미국 법인이 중국(홍콩 포함)보다 322곳 많아져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 대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장이지만 최근에는 그 인기가 조금 시들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홍콩에 세운 법인 숫자는 2020년 170곳이었는데 2021년 163곳으로 줄더니 작년에는 154곳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154곳으로 작년과 동일했다. 홍콩에는 더 이상 새로운 회사를 세우지 않았다는 얘기다.

홍콩과 달리 싱가포르에는 국내 주요 그룹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점점 증가세를 보여 대조된다. 싱가포르에 세운 해외법인은 2021년 167곳에서 작년에는 186곳으로 많아지더니, 올해는 206곳으로 1년 새 20곳이나 되는 회사가 많아졌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홍콩보다는 싱가포르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조사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외국에 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 새 베트남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 계열사 수는 작년 268곳에서 올해 299곳으로 31곳이나 회사 간판을 더 달았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거점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중요한 사업 전락 요충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어 △일본 210곳(작년 208곳) △프랑스 190곳(181곳) △인도네시아 187(166곳) △인도 154곳(142곳) △스페인 140곳(116곳) 순으로 해외법인 수가 많았다.

올해 조사에서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마샬아일랜드 등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조세피난처로 거론한 지역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법인 수는 107곳으로 작년 106곳과 비슷했다. 또 룩셈부르크와 라부안 등 조세회피성 국가 등으로 분류되는 곳에는 올해 666곳으로 작년 645곳보다 20곳 정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세운 회사 5600곳이 넘는 곳 중 773곳(13.6%) 정도는 조세부담을 회피하거나 줄이기에 좋은 국가에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대기업이 여러 국가에 해외법인을 많이 세우는 것은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초 기지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나라에 공장과 회사를 설립함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 등이 다소 줄어든다는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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