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왼쪽)와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사진=각사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전통 제약사 매출 1위’ 타이틀 경쟁이 올해 재점화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현재 선두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를, 추격하는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각각 순위다툼의 승부수로 키우고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주요 제약사 중 마지막으로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GC녹십자는 연결기준 2분기 매출 4329억원, 영업이익 237억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3% 늘었고, 영업이익은 80.9%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 7823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을 달성했다.
앞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한양행은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4957억원, 영업이익 271억원을 올렸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9388억원, 영업이익은 497억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전통 제약사군에서 나란히 매출 1·2위를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수 년째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1·2위 구도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GC녹십자는 지난 2021년 3분기에 분기 매출 기준 유한양행을 제치고 전통 제약사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1분기와 3분기에도 1위를 차지해 분기마다 1·2위가 순위바꿈을 엎치락뒤치락 하는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록 올해 1·2분기 모두 유한양행이 1위를 차지했지만, GC녹십자는 유한양행과 매출 격차를 지난 1분기 936억원에서 2분기 628억원으로 좁혔다는 내용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 1·2위를 차지한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상위 5대 제약사 중 4, 5위에 머물러 있다. 한미약품이 상반기 영업이익 931억원으로 선두에 섰고, 그 뒤를 △종근당 735억원 △대웅제약 672억원 △유한양행 497억원 △GC녹십자 101억원 순이다.
다만, 유한양행·녹십자 두 회사 모두 조 단위 매출이 기대되는 신약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매출 정상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전체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3세대 치료 신약 ‘렉라자’를 지난 6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데 이어, 올해 하반기 파트너사 얀센과 함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와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은 약 3000억원,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약 3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국내 판매 수입과 더불어 얀센의 글로벌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기대할 수 있다.
GC녹십자 역시 혈액분획제제 ‘알리글로’(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10%)의 미국 FDA 허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선천성 면역결핍증에 사용되는 면역글로불린(면역항체) 혈액제제인 ‘알리글로’는 GC녹십자가 10년 넘게 미국 FDA 승인을 목표로 도전해 온 주력 제품 중 하나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현장실사 지연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FDA의 허가심사 절차가 시작된 ‘알리글로’는 관련 규정에 따라 내년 1월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면역글로불린(면역항체) 혈액제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혈액제제는 고도로 전문화된 생산설비와 경험이 필수적이라 생산업체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글로’가 내년 FDA 허가 획득과 미국 출시에 성공하면 지난해 기준 13조원 규모인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서 조 단위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매출 1위 경쟁은 물론 ‘렉라자’와 ‘알리글로’에 걸린 ‘7번째 국산신약 미국 FDA 승인’과 ‘국산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연매출 1조원 이상의 의약품)’이라는 타이틀 경쟁도 국내 제약업계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