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2라인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적자 늪에 빠져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하반기부터는 한국 경제 ‘구원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적이 상반기에 바닥을 친 만큼 공급 조절과 수요 확대를 동시에 노려 흑자로 돌아선다는 구상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합산 15조1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기간 누적 적자가 9조원에 달한다. 1분기에 4조5800억원, 2분기에 4조3600억원 손실을 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6900억원)와 2009년 1분기(-7100억원) 이후 14년만이다.
SK하이닉스는 1~6월 6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1조7012억원) 10년만에 분기 적자를 낸 이후 3분기 연속 손실을 보고 있다.
![]() |
▲SK하이닉스 반도체 이미지. |
시장에서는 양사가 ‘반도체 적자 터널’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중국 등에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챗GPT 등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며 부가가치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도 호재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최적화한다는 방침이다. 고성능 서버와 프리미엄 모바일 제품 분야에서 첨단 제품의 비중을 확대해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도 DDR5와 HBM 제품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반기는 글로벌 IT 수요와 업황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부품 사업 중심으로 상반기 대비 전사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단 거시경제 리스크 등으로 인한 수요 회복 관련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사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한다는 기조에는 변함 없지만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DDR5와 HBM3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실적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업계 표정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우 지난 2분기 8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다. 정부가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 20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한 것도 향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12인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이미지. |
LG디스플레이의 실적도 상반기에 바닥을 찍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 8815억원을 기록했다. 출하 확대, 원가 혁신, 재고 관리 강화, 운영 효율화 등 비용 감축 활동으로 전분기 대비 손실 규모를 줄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수주형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의 비중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형 및 중소형 전 제품군에서 OLED 비중과 사업 경쟁력도 한층 높여 나갈 예정이다. 올해 OLED의 전사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는 "하반기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재고 건전성 회복에 따른 패널 구매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며 "모바일 제품 출하 증가 등 수주형 사업 성과 확대에 힘입어 4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