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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우리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가 상생금융방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구가 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 지원 규모가 은행권을 웃도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경쟁적인 지원책을 두고 웃지 못할 속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우리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가 상생금융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지원하는 규모는 1조8300억원에 이른다.
이날 하나카드는 소상공인 및 취약 차주를 지원하기 위한 3000억원 규모 상생금융 지원안을 밝혔다. △유동성 지원 △‘Re:born’(리본) 대환대출 △신용대출 금리우대 △소상공인 마케팅 등 4가지 영역에 자금을 사용한다.
앞서 업권 내 신호탄은 가장 먼저 우리카드가 쐈다. 우리카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9일 카드업계 최초로 우리카드를 방문했을 당시 총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밝혔다. 취약 채무자의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과 저소득 고객 신규 대출 금리 4%p 인하 등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바통을 이어 받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도 이후 각각 6000억원, 31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현대카드는 신규 대출 금리 할인과 상용차 결제액의 1% 캐시백 등에 자금을 나눠 지원하며 롯데카드는 취약 채무자의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 저소득 고객의 대출 연장과 금리 인하에 자금을 쓰기로 했다.
지난 17일에는 업계 1위 신한카드가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취약계층 대상 2500억원의 유동성 지원과 취약 차주 대상 채무부담 완화를 위해 15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신한카드는 ‘마이샵 투게더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을 론칭해 창업정보와 상권분석을 포함한 소상공인 토탈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재 5개 카드사가 밝힌 상생금융 규모만으로 이미 은행권이 밝힌 규모를 앞지른다. 시중은행이 앞서 밝힌 금융 지원 규모는 △우리은행 2050억원 △신한은행 1600억원 △KB국민은행 1600억원 등이다. 다만, 은행의 경우 실질적인 이자·금융비용 감면액으로 최종 규모를 산출했기에 실제 최종적으로 카드사가 부담하는 규모는 이보다 작을 수 있다.
카드사가 앞다퉈 지원금을 설정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업계 전반에 실적 악화가 나타나고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카드업계 실적은 지난 1분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5% 줄어든 586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카드는 전년대비 63% 급감을 기록해 업황 악화로 고전 중이며 BC카드는 케이뱅크 풋옵션 평가손실 반영으로 13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카드사가 대부분의 자금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으로 가져오는 업권 특성상 앞서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조달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익도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3년마다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낮춰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세액공제를 감안할 경우 현재 전체가맹점의 92%가 수수료율이 없거나 환급을 받고 있다.
다른 상위권 카드사인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아직까지 상생금융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권 내 첫 주자인 우리카드의 발표가 비공식적인 기준이 되자 남은 회사들도 상생금융 규모와 함께 차별화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수수료 인하로 1분기 실적 여파가 있었고 여러모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나 당국의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취약 계층 지원에 대한 뜻에 공감하며 감당 가능한 만큼 규모 설정에 반영하고 고려한 처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원장의 잇단 카드사 방문으로 인해 다음 카드사 방문 일정에도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순으로 방문한 데 따라 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카드나 KB국민카드에 방문하지 않겠냐는 예측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 방문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확정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