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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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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폐암신약 렉라자 무상 제공" 깜짝발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0 16:51

1차치료제 승인에 "인도주의 처방"
"내년 1차 약가책정 전까지 무제한"
국산 1호 블록버스터 기대감 반영
"유일한 박사 사회환원 계승" 강조

유한양행

▲1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렉라자 EAP 프로그램 운영 및 신약개발 계획’ 발표회에 참석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왼쪽 첫번째)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신약 ‘렉라자’ 무상 제공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앞세워 국산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해외매출 1조원 이상 실적) 실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렉라자가 지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차 치료제(다른 치료제의 효과가 충분치 않을 경우 처방되는 의약품) 허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달 30일 1차 치료제(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에게 처음 처방하는 의약품)의 승인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기세가 오른 유한양행은 10일 내년에 1차 치료제 약가가 책정될 때까지 렉라자를 무상으로 환자에게 무제한 제공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제약업계는 3세대 폐암 신약인 렉라자를 약가 책정 전에라도 처방받기 희망하는 폐암 환자와 가족이 많다는 현실을 감안해 유한양행이 선제적으로 취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유한양행은 기업수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승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1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렉라자 EAP 프로그램 운영 및 신약 연구개발 계획’ 발표회를 갖고 이달부터 렉라자에 대해 EAP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EAP 프로그램은 ‘동정적(同情的) 사용 제도’ 또는 ‘치료목적 사용승인’이라 불리는 제도로,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은 임상시험 단계의 신약이지만 마땅한 다른 치료법이 없는 시한부 말기 암환자 등 절박한 상황에 있는 환자가 희망할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처방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EAP 프로그램은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등 국내외에서 일부 의약품에 대해 운영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렉라자의 경우, 이미 널리 사용되는 폐암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있고, 렉라자 역시 지난 2021년 식약처로부터 2차 치료제 허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 6월 30일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는 점에서, 기존 국내외에서 운영되던 EAP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

이날 발표회에서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본부장은 "이번 렉라자 EAP 프로그램과 같은 유형의 EAP는 국내에 전례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번 렉라자 EAP 프로그램(렉라자 1차 치료제 조기공급 프로그램)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받길 희망하는 국내 모든 환자에게 무상으로 무제한 제공한다.

기한은 렉라자 1차 치료제 급여 확대 및 약가등재 시점까지로, 유한양행은 대략 내년 상반기께 약가 등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번 결정이 경쟁제품 타그리소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거나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순수하게 환자를 위한 제약사로서의 사회적 사명에 따른 결정임을 강조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지난해부터 (차세대 치료제인) 3세대 치료제를 희망하는 폐암 환자들이 대통령실 청원 등을 통해 신속한 처방을 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고 유일한 박사의 사회환원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약가 책정 전까지 모든 희망 환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기존 폐암 치료제들이 연간 약값만 환자 1인당 1억원 가까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편이 어려워 기존 치료제를 활용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렉라자가 이미 승인을 받았음에도 EAP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조욱제 대표는 "이번 EAP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정부와 사전에 논의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해 향후 약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아님을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향후 제2, 제3의 렉라자가 탄생할 때에도 상황이 허용되는 한 EAP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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