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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1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교섭대표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있다.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산업계 노사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 개혁’에 반발하고 있고,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관련 대법원 판결과 국회 움직임을 주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격적인 임단협 시즌을 앞두고 현대차 등 개별 기업에서도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어 하투(夏鬪) 전운이 감돈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협약에 추가할 내용으로 ‘누구나 평생 신차할인’을 제안할 방침이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13일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2년마다 신차 25% 할인’ 혜택을 모든 정년 퇴직자에게 적용하겠다는 게 노조의 생각이다. 기존에는 25년 이상 장기 근속한 정년 퇴직자에게만 적용됐다.
현대차 노조는 이와 함께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노조가 무리한 요청을 계속하며 강경하게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차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순항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경제계는 전날 노조원의 손해배상 책임 정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민법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고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트렸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책임 제한의 사유에 있어서 이제까지 대부분 판례가 피해자의 과실 등을 참작해왔으나 이번 판결은 조합원의 가담 정도와 임금수준까지 고려하도록 했다"며 "대법원은 새로운 판례법을 창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책임의 정도는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노조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의 상고심 판결이다.
경제 6단체는 지난달에도 공동성명을 내고 ‘노란봉투법’ 입법 활동을 중단해달라고 국회에 건의했다. 경제6단체는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달라"며 "국내 자동차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노동계는 해당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본회의로 바로 회부됐을 당시 입장문을 내고 "현행 노조법은 노조를 감시·통제하는 사실상 노조 탄압법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노동권이 그나마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인상폭은 물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도입 여부 등을 두고도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은 임단협 교섭 방식을 두고도 노사가 신경전을 벌이며 기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폭 등을 놓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은 ‘특별성과급’을 두고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아, 포스코 등 임단협 타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