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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승부사 본능’이 또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CJ CGV에 1조원 규모 자금 조달을 결정했다. 직접 투자 금액만 45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형 극장’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목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CJ CGV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총 57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유상증자 공동 대표주관으로 참여한다. 청약은 9월 초 진행된다.
CJ그룹 지주사인 CJ(주)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600억원 가량 참여한다. 이와 별도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CJ주식회사의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할 계획이다. 현물출자 가액은 법원인가를 통해 확정된다. 현재 회계법인의 평가액은 약 4500억원이다. 유상증자 규모와 합하면 1조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이 일거에 이뤄지는 것이다.
CJ CGV 관계자는 "영화 관람객 회복세도 이어지고 있지만, 4DX·스크린X 등 특별관과 콘서트 실황, 스포츠 경기 등 대안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며 "극장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지속 제공하고 미래 신사업 발굴을 통한 NEXT CGV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4DX, 스크린X, 프리미엄관 등 CJ CGV만의 특별관 매출 비중은 2019년 16%에서 현재 31%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스크린X는 독보적인 기술과 헐리웃 현지 인지도를 기반으로 텐트폴 영화를 다량 확보하고 있다. BTS 영화, 임영웅 콘서트, 스포츠 경기 실황 등 대안 콘텐츠 역시 매진행진을 이어가며 지난달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42만명)을 초과했다.
CGV는 아울러 신사업 분야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한 정보통신(IT)·인공지능(AI)기술 경험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마트시네마 구축(첨단화, 디지털화) 등 운영효율화 △비주얼이펙트(VFX) 사업확장 가속 △극장운영·광고시스템 솔루션 사업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단순히 악화에 따른 자금수혈이 아니다"며 "CGV가 1998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여건에 출발해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처럼, 앞으로는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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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CI |
재계에서는 CJ그룹의 이 같은 결정이 이 회장의 ‘승부사 본능’에서 비롯한 것으로 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 6년만에 회사 체질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어 주목된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내실 다지기에 주력, 라이프스타일 선도 기업으로 도약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5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그레이트 CJ’, ‘월드 베스트 CJ’ 같은 구호를 내걸고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2조원을 베팅해 미국 슈완스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결단 덕분에 CJ제일제당의 해외 사업 매출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본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