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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최근 논란이 된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 "가격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19일 관련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KBS 일요진단 방송화면 캡처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업계에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데 따라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 삼양식품 등 라면 관련 기업 주가가 6% 넘게 떨어졌다.
이날 농심은 전 거래일 대비 6.05% 떨어진 41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39만45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삼양식품도 전 거래일보다 7.79% 내린 10만5400원에 마감했다. 오뚜기도 전 거래일 대비 2.94% 떨어진 4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라면업계 주가가 하락한 배경으로는 전날 추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에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 부총리는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압박한 셈이기 때문에 가격 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라면 업계도 가격 조정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실적 저하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여론 움직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 초 생수업계가 생수 가격을 인상하려다가 정부 압박에 인상을 보류한 바 있듯이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 라면 업계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 부총리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 라면업계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농심은 지난달 15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16일 주가가 40만원을 돌파하더니 지난 1일에는 45만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일 주가가 27만8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1.87% 급증한 수준이다.
주가가 급등한 데는 라면 가격 인상이 주효한 것으로 꼽힌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주요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고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불닭볶음면, 삼양라면 등의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심화됐다는 게 당시 가격 조정의 이유였다.
가격 인상 이후 라면 관련 기업의 1분기 실적이 크게 오르면서 증권가에서는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농심의 목표주가를 52만원까지 상향하기도 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달 16일 보고서를 통해 "농심의 1분기 연결 실적은 영업이익 기준 높아진 시장 컨센서스를 39.8% 크게 상회하는 호실적"이라며 "주력 브랜드 및 용기면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가격 인상효과가 일부 반영되면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