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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프로농구단 날린 '데이원자산운용'… 결국 '폐점'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9 15:42

대우조선해양건설 부실 여파로 금투업·스포츠 모두 피해



회장 구속에 데이원자산운용·스포츠 모두 본업 접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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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명이 결정된 고양 데이원의 주장 김강선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선수단 면담 후 인터뷰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프로 농구구단을 창단해 화제가 됐던 데이원자산운용이 폐업 위기에 몰렸다.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자산운용업무를 진행할 수 없어 라이선스를 반납할 처지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기존 최대주주인 플랫타로부터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당시 사명 파란자산운용)의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가 반납이 예고된 상태다. 연초에 운용하던 펀드를 모두 정리한 뒤 6개월간 운용업무를 진행하지 않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회수하는 것이다.

당초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데이원자산운용을 인수해 부동산PF 등과 연계한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무리한 확장으로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부실이 심화하고 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실은 데이원자산운용의 폐업 위기에 이어 프로농구단 ‘고양 데이원 점퍼스’ 마저도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제명 당하는 사태까지 확대시킨 셈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섣부른 투자 ‘화근’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데이원자산운용 매각에 나선 것은 지난 해 12월부터다. 지난해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공모주 투자에 자산운용사의 고유자금을 넣어 수익을 거두기가 힘들어지면서 소형 사모운용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마침 모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실도 심화됐다. 특히 현금이 없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현금성자산규모는 지난 2020년 20억원에서 2021년에는 11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2021년 120억원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억9000만원 수준의 당기순손실로 전환됐다.

이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데이원자산운용을 곧바로 매물로 내놓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운용 중이던 사모펀드를 전액 리운자산운용에 이관하고 나머지 펀드들도 연초 다른 회사로 이관하거나 청산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몸값을 낮춰 매각을 용이하게 하려는 방법이었지만 6개월동안이나 새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펀드운용 실적이 없는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자 금융당국이 라이선스 반납을 추진하고 나선 상태다.

이는 2020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반영된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안에 따른 조치다. 일반사모운용사가 자기자본 유지요건을 위반한 상태에 이른 뒤 6개월이 지나면 금융위원회가 직권으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운용업의 등록말소에 나설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이슈, 한국 스포츠계 초유의 사태로

금융투자업계에서 소형 사모펀드 운용사가 폐업하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데이원자산운용사의 폐업 위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바로 프로 농구구단 ‘고양 데이원 점퍼스’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 데이원 점퍼스는 오리온이 운영하던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프로 농구단’이 전신이다. 데이원자산운용의 자회사 데이원스포츠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오리온스를 인수한 뒤 해체하고 재창단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의 데이원 점퍼스를 만들었다.

초대 감독으로는 김승기 전 KGC인삼공사 감독을 선임하고, 구단 최고 책임자에 허재 전 KCC 감독이 부임하면서 농구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데이원자산운용 부실에 ‘고양 데이원 점퍼스’ 제명

하지만 데이원 점퍼스는 지난 2022-23시즌에 첫 참가를 기록했지만 단 한 시즌을 끝으로 팀 역사가 끝이 나게 됐다.

조짐은 처음부터 있었다. 데이원 점퍼스는 지난해 6월 창단 과정에서부터 한국농구연맹에서 가입 승인이 보류되는 산통을 겪다가 구단 감소로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가까스로 승인을 받았다.

이어 한국프로농구 특별 회비 미납과 오리온에 지급해야 할 구장 인수대금도 미납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오리온 측은 농구단의 입장료 수입에 가압류까지 걸며 대응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도 이 문제는 해결이 안됐다.

곯던 문제는 올해 들어 한꺼번에 터졌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결국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된 것이다.

결국 돈줄이 막힌 데이원자산운용은 물론 데이원 점퍼스까지 각자 속한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이다. 이미 데이원 점퍼스를 운영하는 데이원스포츠는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팀이 제명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7일 데이원 측에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회사와 구단 모두 회생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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