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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하루인베스트 계열사 블록크래프터스 사무실. 사진=커뮤니티 게시글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가상자산 운용업체 하루인베스트가 사무실 등을 폐쇄하고 투자자들의 입출금을 막으며 러그풀(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하루인베스트 측에서는 자산을 위탁한 파트너사의 문제로 일시적으로 입출금을 막았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사건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드러나 각 거래소가 하루인베스트로의 입출금을 막고, 상당수의 투자자가 피해자 모임을 결성하기 시작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루인베스트의 러그풀이 사실상 확정이며, 폰지 사기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루인베스트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예치할 경우 이를 이용한 개인·기관 대상 투자활동을 해 수익을 낸다는 업체다. 정확한 운용 자산 규모는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하루인베스트 측에 따르면 10억달러 미만(한화 약 1조2797억원), 고객 수는 8만여명이다.
◇ 입출금 막혀 "피해방지 선제적 차원"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4개 가상자산 거래소가 하루인베스트 대상 디지털 자산 입출금을 제한하겠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하루인베스트 측에서 고객에 대한 가상자산 입출금을 중단하기로 하고 홈페이지, SNS를 닫는 등 커뮤니티 중단 활동을 보이자,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선제적 조처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은 하루인베스트와 트레블 룰에 의한 입출금 연동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현재는 일부 커뮤니티가 다시 열린 상태지만, 전날 하루인베스트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SNS 계정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폐쇄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하루인베스트 관계사 블록크래프터스의 사무실이 전날부터 폐쇄됐다. 상당수의 하루인베스트 직원들이 전날 당일 퇴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하루인베스트는 전날 오후 늦은 시간 다시 블로그를 오픈한 후 입장문을 게시했다. 일부 자산을 위탁한 외부업체에 의심 정황이 발견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시적으로 입출금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는 ‘러그풀’에 대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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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인베스트 사태 관련 피해자 모임 오픈채팅방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 |
◇ 수익구조 의구심...투자자들 ‘노심초사’
그러나 하루인베스트에 가상자산 운용을 맡겼던 투자자들은 이번 사건이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먹튀 의도가 없다’는 하루인베스트 측의 주장과는 달리 투자자를 불안케 하는 정황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인베스트는 이미 과거부터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불러 모았다. 비트코인 상시 예치 시 연이율 6.9%, 1년 락업 시 14.7%, 변동 투자 목표치는 25%에 달했다.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는 ‘수익구조가 의심될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익률 수준이다. 그에 반해 하루인베스트의 총자산 규모, 리스크 고지, 투자전략 등 운영 방식 등은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다.
또 하루인베스트가 레퍼럴(투자자가 제3자에 추천인 코드를 보내면 수수료를 지급하는 마케팅 방식)로 빠르게 성장했으며, 수수료 규모도 상당해 ‘다단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입출금 제한 전날에도 하루인베스트는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작년 시작된 락업 물량이 최근 기간 만료로 대거 유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하루인베스트가 선수를 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업계뿐 아니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하루인베스트의 레퍼럴 수수료와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하루인베스트가 빠르게 흔적을 지우려 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하루인베스트의 홈페이지에는 작년 사망하거나 퇴임한 경영진의 프로필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현 관계자들의 링크드인(IT 중심 채용공고 사이트) 프로필이 동시다발적으로 삭제됐다. 이날은 하루인베스트 내부자가 거액의 비트코인을 인출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약 수억원대의 돈이 묶였다는 투자자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하며 큰 파급력이 예상된다. 이들은 텔레그램·카카오톡 등 플랫폼을 통해 피해자 모임을 결성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중이다. 법무법인들도 이번 사건을 사실상 사기 사건으로 분류하고 직접 채팅방을 개설하는 등 법률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 및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현재 투자자들의 재산이 사실상 거의 다 날아간 상황이라고 본다"며 "투자자들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동결 조치 등 여러가지 수단이 필요하다고 봐 법률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이같은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 의혹을 불식시켜야 국내에 가상자산·블록체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루인베스트와 유사한 수익구조를 가진 델리오, 샌드뱅크 등 국내 업체들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현재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하루인베스트 사태와는 무관함을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