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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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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기업 잇달아 코스피로…'코스닥 엑소더스'에 시장 위축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3 15:17

우량기업, ‘탈(脫)코스닥’ 행렬…올해만 3곳째



기업 가치 제고·자금 조달 용이 등 이점 뚜렷



시장 불균형 우려…“코스닥만의 정체성 확립해야”

한국거래소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코스닥 기업이 늘면서 코스닥시장 위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코스닥 기업이 늘면서 코스닥시장 위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량 코스닥 기업들이 코스피로 빠져나가는 분위기가 고착화되면 코스닥시장의 질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만 벌써 3곳의 코스닥 상장사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전 상장을 고려 중인 상장사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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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치는 지난 1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신규상장예비심사를 승인 받았다고 공시했다. IT 부품 제조업체 비에이치는 지난 4월 주권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등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 15년 만이다.

NICE평가정보도 코스닥 상장 24년 만에 코스피 이전 상장에 나섰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

올해 첫 코스피 이전 상장 기업은 SK오션플랜트다. SK그룹 멤버사로 편입되면서 지난 1월 삼강엠앤티에서 사명을 변경한 SK오션플랜트는 비에이치, NICE평가정보에 앞선 지난 4월19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코스닥 우량 기업들이 코스피로 눈길을 돌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코스피 상장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데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수급 확대에 따른 주가 상승, 유상증자 등 자금 조달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또 코스피 이전 상장 시 공매도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추진 배경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2008년 11월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네이버는 이전 상장 직전 11만6600원이던 주가가 이전 상장 이후 1년 만에 18만5000원까지 올랐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면서 코스닥 대장주로 불렸던 셀트리온도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2018년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는데 이전 상장 직후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코스닥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스닥 우량기업들이 코스피로 빠져나가면서 코스닥과 코스피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의 한계를 극복하고 ‘탈(脫)코스닥’을 막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월부터 코스닥시장에서 대형 우량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량기업을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인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운영하는 등 시장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세그먼트구성 종목 중에서도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어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앞서 언급한 NICE평가정보 역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구성 종목 중 한 곳이지만 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에 나섰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나스닥과 나이스시장이 균형 있게 관리되고 있는 것은 나스닥 시장이 혁신 기업을 위한 주식시장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코스닥시장도 정체성 확립을 위한 노력과 시장의 다양한 디스카운트 요인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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