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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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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수출 감소, 편중 바로잡을 기회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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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수출이 푹 꺾였다. 반면 대미 수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대중 수출 감소는 지역 편중을 바로잡을 기회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가는 수출이 푹 줄었다. 대신 미국으로 가는 수출이 확 늘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조만간 최대 수출대상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대중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 한국 경제도 쪼그라들까?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겠지만 긴 눈으로 보면 오히려 대중 의존도를 줄일 기회다. 너무 쫄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대미 수출 증가세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로 1위를 기록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2018년 26.8% 정점에 비하면 꾸준히 하락세다. 같은 기간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6.1%로 2위를 기록했다. 아직 중국보다 낮지만 꾸준히 오름세다.

올 1~5월만 보면 간격이 더 좁혀졌다. 중국시장 비중은 19.6%에 그친 반면 미국시장 비중은 18%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순위가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대중 수출 왜 줄어드나

국제금융센터(KCIF)는 세 가지 원인을 든다(‘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위축 원인 분석 및 시사점’·2023년 2월). 먼저 중국 경제가 코로나 봉쇄정책 등으로 위축됐다. 세계 경제도 긴축 영향권 아래 있다. 여기에 미·중 반도체 분쟁에서 보듯 보호무역주의도 가세했다.

둘째, 한·중 경제가 예전 보완관계에서 경쟁관계로 전환했다. 과거 한국은 중간재(자본재) 수출로 대중 특수를 누렸다. 중국은 중간재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 등 세계 시장에 팔았다. 중국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 수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중국은 2015년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한 뒤 기술력 향상에 온힘을 쏟고 있다. 한국에서 수입하던 중간재를 상당수 스스로 만들 능력을 키웠다. ‘제조 2025’ 전략은 2025년까지 한국과 프랑스, 2035년까지 일본과 독일, 2049년에는 미국을 따라잡는 게 목표다. 중국이 첨단 기술력을 갖추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 현실적으로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

셋째, 한국이 중국 내 생산공장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대거 이전했다. 이 결과 대중 수출이 준 대신 아세안 시장이 수출 주력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차이나 특수 오래전에 끝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나 "중국이 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되면서 (한국) 경제가 많은 곤란에 봉착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싱 대사는 "일각에서 탈(脫) 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더욱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투자 전략을 조성하면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 대사가 제시한 해법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이후 한국 경제가 꽤 오랜 기간 차이나 특수를 누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차이나 특수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중국통인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과 금융 양 분야에서 2014년이 정점"이라고 분석했다. 지금 우리가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에 ‘순응’한다고 해서 성장의 ‘보너스’를 누리는 단계는 지났다.

◇대중 의존도 줄일 기회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외 수출시장 발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강조했다(‘대중국 수출부진과 수출시장 다변화 추이 분석’·2023년 6월).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행 수출은 4.4% 감소했으나 중국을 제외한 수출은 9.6%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을 대체할 수출 호조 국가로 미국, 인도, 호주를 꼽았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한국경제’라는 보고서에서 근본적인 이슈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GATT 체제 출범 이후부터 반세기 이상 지속된 제2차 세계화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GATT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으로 1947년 출범했고, 1995년 WTO 체제로 대체됐다.

보고서는 세계화의 종언과 함께 "한국경제에서 수출주도형 성장도 사실상 종료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교역 환경이 보호주의적이거나 블록화로 치닫는 것을 막고, 민간소비와 수출이 성장을 동반 견인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한 나라에 의존하는 구조는 불안하다. 하필 그 나라가 외교적으로 종종 마찰을 빚는 나라라면 더욱 그렇다. 길게 보면 대중 수출 감소는 편중된 교역 구조를 바로잡을 ‘감춰진 축복’일 수 있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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