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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비차량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격 지대 도로를 달리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
개전 이후 수위를 높여온 서방 지원이 서방 세계 일부 세력으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전력이 고점일 때 ‘호기’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날부터 주요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동부 도네츠크주 여러 지점에서 전차 및 기계화보병 부대로 러시아군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등 전체 돈바스 지역에서 약 29회 충돌이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러시아 크림반도는 우크라의 드론 공습을 받았고, 친우크라 성향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러시아 의용군단(RVC)’ 및 ‘러시아자유군단’(FRL)은 러시아 서남부 본토 벨고로드를 급습했다.
이튿날에는 수도 모스크바 남서부에 위치한 칼루가 지역에 드론이 출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우크라이나군 전방위 공세에는 단단하게 굳은 ‘흑토’가 기초 조건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땅은 ‘체르노젬’이라 불리는 흑토로 뒤덮여있다. 이 검은색 흙은 봄과 가을 진창으로 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전 초인 작년 2∼3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함락되지 않은 것도 러시아군 전차를 진흙탕에 빠트린 흑토 덕이 컸다는 평가도 있다.
러시아군 발목을 잡은 흑토가 서방이 약속한 무기를 축적한 우크라이나에게는 진격을 위한 발판이 된 셈이다.
연초 들어 유럽 각국은 영국의 챌린저, 독일의 레오파르트2 등 주력전차 제공을 결정했다. 주저하던 미국도 자국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보내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총 100대가 넘는 최신 탱크를 확보하게 됐다.
또 영국은 지난달 러시아가 2014년 강제합병한 ‘푸틴의 성지’ 크림반도까지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도 건냈다. 이어 미국과 서방은 현대식 전투기 F-16까지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반면 선제 공세가 막힌 침공군 러시아는 지난 수개월간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요리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사설 용병단 ‘바그너 그룹’은 얼마 전 이번 전쟁 최격전지 바흐무트에서 10개월간 이어진 공방전을 ‘완전 점령’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에서는 이곳에서만 10만명에 장병이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크라이나 대공세가 사실상 기정사실화 돼 알려진지 꽤 시일이 지난 만큼, 러시아도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WSJ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 전열 재정비가 위성사진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방어선을 따라 깊은 참호를 파고 ‘용의 이빨’(Dragon‘s Teeth)로 불리는 콘크리트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전차 및 대규모 병력 진격 대비에 나선 것이다.
전날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도 "벨고로드에 쳐들어간 테러리스트들을 체첸부대의 군사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걸 다시 알려주고 싶다"며 대규모 파병을 천명했다.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체첸 부대가 바그너 용병단을 대체해 구원투수로 전면에 등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적은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병사 약 250명을 사살하고 전차 16대와 보병전투차 3대, 장갑차 21대를 파괴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와 관련,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라며 드론으로 촬영한 듯한 영상을 홈페이지에 싣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전차나 장갑차 등으로 보이는 차량들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거나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이번 공세에 특히 ‘많은 것’이 달려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방은 1년 넘도록 일관되게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지원을 쏟은 미국의 경우 비교적 친러라는 평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선언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3일 WSJ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이 지원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변화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며 "솔직히 말해 (미국) 정권 교체와 관련해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 여론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아직까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평화협상 체결 요구가 내부적으로는 거세지 않다. 그러나 반격 성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 더 많은 희생을 무릅쓰고 항전을 지속하겠다는 명분과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