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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아시아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 역대급 폭염으로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폭염에 따른 전력난을 막기 위해 분주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러시아산 화석연료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러시아 고립을 주도하는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 또한 러시아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의 자료를 인용해 "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석탄과 천연가스 수출이 올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화석연료인 석탄과 천연가스는 글로벌 주요 발전원으로 꼽힌다.
실제로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의 대아시아 석탄 수출량은 746만톤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33% 가량 급등한 수치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발전에 사용되는 러시아 연료유의 아시아 수입은 3월과 4월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로부터 석탄을 가장 수입한 국가는 중국과 인도로 꼽혔다. 블룸버그가 케이플러 자료를 집계한 결과, 지난달 러시아의 석탄 수출 중 중국과 인도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미국 주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참여국이다.
한국도 러시아 석탄의 주요 수입국가다. 로이터통신이 케이플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지난 1분기 러시아로부터 약 500만톤의 석탄을 사들였는데 이는 2022년 동기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는 한국 전체 석탄 수입의 20% 가량 차지한 수준이기도 하며 인도네시아(45%)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더 나아가 한국은 지난달 러시아의 대아시아 수출 중 15%정도 차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베트남,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도 주요 수입국으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산 연료유 수입국의 경우 중국과 인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지목됐다.
한국에 이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마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 확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태드에너지의 크리스 윌킨슨 선임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러시아와 진행 중인 장기 구매계약 범위 내에서 러시아로부터 LNG 구매를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는 비용 측면에서 현물 스팟시장보다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화석연료를 꾸준히 사들이는 배경엔 엘니뇨 등에 따른 역대급 폭염으로 올해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는 올해 엘리뇨가 형성될 가능성을 작년 12월부터 제기해왔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극심한 폭염은 아시아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아시아가 러시아 에너지를 더 많이 구매하는 데 있어서 엘니뇨는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가 역설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서방으로부터 외면받은 러시아 에너지가 (수입국들에게)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다"며 "전쟁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이젠 아시아 국가로부터 수요가 증가한 상황으로 변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 앞에선 국제사회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JTD 에너지 서비스의 존 드리스콜 이사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돌볼 수 없으면 국제 현안에 신경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국들은) 미국에 반하는 리스크를 감수할지 할인된 에너지를 포기할지 자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가난한 국가들은 좋은 거래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