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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입구문에 아사히맥주 신제품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340㎖)’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외교관계 개선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의 ‘노 재팬(No Japan)’ 반일(反日) 정서가 시들해지면서 산업 전반에 ‘예스 재팬(Yes Japan)’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주된 표적이던 일본 맥주 브랜드가 4년만에 내놓은 신제품이 연일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데 더해 식품·패션·자동차 등 다른 분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 ‘불매운동’ 옛말…아사히맥주 신제품 시범판매 순식간에 ‘오픈 런’
15일 롯데아사히주류에 따르면, 오는 7월 국내에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340㎖)’을 정식 출시한다. 롯데아사히주류가 한국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2021년 일본에서 먼저 출시된 이 제품은 일반 캔맥주와 달리 뚜껑 전체가 열려 머그잔에 생맥주를 마시는 느낌을 내는 게 특징이다.
7월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 1일부터 국내 편의점·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한정 판매에 들어갔다. 제품 입소문을 들은 국내 소비자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마저 벌어져 편의점을 중심으로 초도 물량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재고마저 부족해 발주를 정지했던 일부 편의점은 지난 11일부터 물량 확보에 열 올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수요가 몰리자 롯데아사히는 올 여름 생맥주 캔 정식 출시와 함께 음식점 등으로 판매처를 넓히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통상 케그(keg) 형태의 생맥주나 병맥주를 제공하는 방식과 다르게 캔 형태 생맥주 캔을 공급하는 게 차별점이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유통점별로 재고 상황은 다르지만 출고 예정 물량은 거래처에 전부 판매한 상태"라며 "가정채널 외 유흥시장까지 진출 여부는 현재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품목으로 꼽히던 일본산 맥주의 이같은 흥행 반전은 국내 노 재팬 운동의 기세가 꺾인 것임을 증명하는 단서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일본맥주 수입량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일본맥주 수입량은 불매운동이 일어난 2019년 4만7331톤(t)에서 2020년 6490톤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윤정부 출범 뒤 한·일관계 호조로 지난해 다시 1만8940톤으로 전년(7751톤)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는 1분기에만 8422톤이 수입될 정도로 일본맥주의 인기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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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개장한 경북 경주 소재 유니클로 매장. 사진=유니클로 |
◇ 유니클로·렉서스 판매 늘자 영업망 확대…식품도 日캐릭터 붐
맥주뿐 아니라 식품·패션·자동차 등 다른 품목에서도 ‘예스 재팬’으로 돌아서는 추세가 뚜렷하다.
실제로 지난해 ‘포켓몬빵’으로 재미를 본 SPC삼립을 비롯해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SPC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일본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와 손잡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푸르밀도 지난달 25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발효유 모델로 개그맨 김경욱이 연기하는 일본인 호스트바 선수 캐릭터 ‘다나카’를 앞세웠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캐러멜 요구르트’ 트렌드에서 착안한 신제품인 만큼 콘셉트에 걸맞은 모델을 기용한 것이다.
패션의류 역시 불매운동의 그늘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탔다. 일본 유명 의류기업인 유니클로가 대표사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 유니클로 모회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036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48억원으로 73% 늘었다.
한때 줄줄이 매장 문을 닫았지만 실적 증가세에 지난달 부산 롯데마트 동래점, 경북 경주 내 첫 매장을 여는 등 접점도 넓히고 있다. 2020년 8월 말 기준 162개였던 국내 유니클로 매장 수는 이듬해 8월 134개까지 급감했다. 지난해까지 123개로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올 4월 기준 128개까지 늘었다.
일본차 수입도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4월 일본 대표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의 렉서스 국내 판매량이 4321대로 지난해 2019대 약 2.1배 크게 증가했다. 판매 급증에 고무된 도요타는 오는 6월 5일 ‘크라운’ 등 총 8종의 신차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고 ‘예스 재팬’의 훈풍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일본맥주 수입량 추이 | ||||
(단위 : 톤,t) |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2023년(1∼3월) |
47,331 | 6,490 | 7,551 | 18,940 | 8,422 |
자료 : 관세청 |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