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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눈치 보는 최고위원 없애려면 중앙당·원내당 분리 등 정당개혁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4 12:34

"친윤·친명계 장악…정쟁 상태 강해 당 지도부에 이견 제시 쉽지 않아"
집단 지도체제 당시 홍준표 대표, 최고위원 견제로 5개월 만 사퇴하기도
중앙당과 원내 당 모두 장악한 당 형태·제왕적 대통령제가 근본적 문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YONHAP NO-1607>

▲왼쪽부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여야를 막론하고 일부 최고위원들의 설화(舌禍)가 잇따르면서 당 대표에 권력 집중된 단일성 지도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당 지도부 구성 방식을 두고 ‘의원들이 공천권이라는 최고 권력을 쥔 당 대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제도’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박상병 평론가(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현재 국민의힘은 ‘친윤석열(친윤)’계가, 민주당은 ‘친이재명(친명)’계가 모두 최고위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들이 잇단 물의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의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에 공천을 받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재 여야 간에 극한 대치, 정쟁 상태가 강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에 이견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핵심 지지층이 강성이기 때문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아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평론가도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 제도는 당내 당 대표의 지배력이 과하게 강하다"며 "과거 집권 국민의힘에서는 집단적 지도체제를 한 적이 있었으나 당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의갈등이 심화되면서 현재의 체제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 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과거 선거 1, 2위로 각각 당대표·최고위원이 될 수 있었던 집단지도체제에서는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견제하는 힘이 강했다.

실제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2011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당 대표를 했을 당시 집단 지도체제여서 당대표 선거 2위로 최고위원이 된 유승민 전 의원의 견제로 5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2016년 총선이 끝나고 단일지도체제로 복귀한 후 2017년 자유한국당 대표를 할 때는 당 내부를 쥐락 펴락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지도체제로 회귀하게 된 것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 이후 때다.

김무성 전 대표가 2016년 새누리당 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서청원 전 위원과 자주 대립했고 김 전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 중 하나인 비례대표 선정에도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서 전 위원은 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비박근혜(비박)’계 의원들이 공천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면서 내부 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다. 결국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한 뒤 단일지도체제로 복귀했다.

평론가들은 지도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 정당 개혁을 하거나 더 나아가 정부 형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당 지도부 구성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전반적인 정당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미국처럼 중앙당과 원내 정당 분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중앙당과 원내 정당이 분리돼 있다. 중앙당의 대표는 현역 의원이 아닌 대부분 유권자들이 맡게 된다. 그야말로 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정당의 주인인 것이다.

따라서 상시 활동이 많지 않고 선거철이 다가오면 출마할 사람들을 선출하고 지원하는 활동이 많다. 의원들은 원내 정당을 중심으로 담당한다.

이 평론가는 "우리나라 정당 체제도 중앙 전국위원회 형태로 바꾸고 의원들은 원내 정당 중심으로 움직이면 유권자들의 힘이 강해져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중앙당과 원내 당을 모두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당대표가 정당 국고 보조금이 수백 억 원씩 들어오는 것에 대한 예산권까지 갖고 있어 의원들이 더 종속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교수는 제일 중요한 핵심을 파고 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정부 형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제왕적 대통령이 있다 보니 집권 당은 대통령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며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은 공천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여당의 모든 사람들이 대통령만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대통령에 강하게 반대하는,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재정비된다"며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당 운영에 있어서도 단일성 대치 전선을 강화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론가들은 앞으로 정당이나 정부 형태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오래 전부터 정당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의원들이 권한을 쥐고 있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제도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 역시 "대통령이 집권 당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봉쇄해야 여야가 모두 자율적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풀기 어려운 과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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