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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당 최고위원회가 뭐길래…여야 당내 갈등수습보다 ‘리스크 진원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4 12:34

여야, 공천권 눈 먼 ‘오버슈팅’…연이은 막말 논란



정치 평론가 "여야 당 대표 리더십 차이점이 영향"



與 ‘징계’·野 ‘쇄신’ 등 최고위 논란 잠재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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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 안전 헌장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여야 최고위원회가 ‘리스크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고위원들의 막말로 빚어진 구설과 설화에 징계까지 잇따랐다. 여기에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과 보좌진 갑질 등 의혹까지 뒤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일부 최고위원의 발언 논란까지 겹쳤다.

최고위원회는 당 최고 지도부로서 막대학 권한을 가지고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다.

그런 만큼 대체로 당 대표의 굳건한 리더십 아래 당의 기강을 잡고 최일선에서 당내 문제를 수습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하지만 그 기능과 역할은 커녕 오히려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14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루는 상황인 만큼 현재 여야 최고위원회가 총선 공천 여부에만 시선이 쏠려 언행에 신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당의 최고위원회는 최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당직자다. 최고위원회의 멤버는 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선출직, 지명직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당 대표는 주요 회의 소집권, 주요 당직자 임명 추천권, 공직 선거후보자 추천권 등을 가진다. 최고위원은 의원총회 소집 요구, 주요 당직자 임명 의결, 공직 후보자 의결, 기타 주요 당무에 관한 심의 의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원내대표는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과 같은 원구성 협상과 임시국회 및 정기국회의 개폐, 국회특위 구성, 청문회나 공청회 등을 열기 위한 협상의 주체다.

정당은 당헌·당규 내용에 따라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선출 방식 및 권한을 명시한다. 최고위원회는 선출 방식에 따라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성지도체제’로 나뉜다. 집단지도체제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투표를 거쳐 최고위원을 선출하고 그 중 1위를 당대표인 대표 최고위원으로 구성한다. 집단지도체제에선 대표 최고위원은 당을 대표하고 회의 주재 등을 하지만 주요 의사결정 권한은 다른 최고위원들과 균등하게 갖는다.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최고위원 중에서 가장 득표율이 높은 최고위원을 수석최고위원이라고 부르지만 다른 최고위원과 권한이 똑같다.

반면 단일성 지도체제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고 당대표에 막강한 권한까지 부여한다. 이 체제에서는 당대표가 당을 대표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물론 주요 의사결정 관련 사실상 전권을 갖는다. 단일성 지도체제의 최고위원들은 실질적으로 당 대표의 주요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친다.

과거 우리 정당들도 당에 확실한 리더십이 없을 때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런 최고위원회의 대부분이 최고위원들 간의 이해다툼으로 논란만 무성할 뿐 의사결정을 제대로 못해 ‘봉숭아학당’이란 비판을 받았다.

제21대 국회의 모든 교섭단체는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 등을 앞장서 지휘할 단일성 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단일성 지도체제의 당 대표는 복잡한 이해 관계를 나타내는 선거 공천 등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그 책임도 진다. 그런 권한 행사에 앞서 최고위원 의견수렴, 공천심사위원회 심사 등의 과정을 거치지만 그건 형식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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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최고위원회 구성 현황.


◇ 여야, 공천권 눈 먼 ‘오버슈팅’…전문가 "당 대표 리더십 차이점이 영향"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을 이끄는 최고위원회 진입은 단일성 지도체제에서도 사실상 국회의원 공천을 보장받는다.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갖는 실질적 권한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통상 적어도 자신의 총선 공천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간 총선을 앞둔 최고위원 선거에 원외 인사, 초선 의원들까지 뛰어들어 뜨거운 경쟁양상을 보인 것도 바로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렸다는 정치권의 인식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현 최고위원회에도 초·재선 의원 혹은 원외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이들은 집권당의 경우 대주주인 대통령이나 당대표, 야당이라면 당대표 등 주류의 신임을 얻거나 지지층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상대 정당 또는 비주류를 공격하는 모습이다.

실제 각각 최고위원 9명으로 구성된 현 여야 정당 최고위원회의 계파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친윤석열(친윤)으로, 민주당은 친이재명(친명)으로 주류계 인물들 일색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명직인 강대식 의원 1명, 민주당에선 선출직인 고민정 의원과 지명직인 송갑석 의원 등 2명을 제외하곤 모두 친윤 또는 친명이다.

선수(選數)와 원내 여부를 보면 각 정당 최고위원 9명 중 3분의 2에 달하는 6명이 초·재선 혹은 원외 인사들이다.

여야 모두 최고위원회들이 논란을 빚었다는 현상 자체는 비슷하지만 원인에서는 조금 차이점을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고위원회 내에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다는 점이,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됐다는 점이 비교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각종 논란으로 최근 각각 당원권 정지 1년과 3개월 징계를 받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은 각각 원외 또는 초선의원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비록 현재 원외지만 과거 경북지역 3선 의원 출신으로 대구 지역 출마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 결과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수석 최고위원까지 올랐다. 태영호 전 최고위원은 북한 출신임에도 ‘대한민국 자본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 지역구를 차지한 데 이어 최고위원까지 됐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두 인물 모두 전당대회 이후 자신감이 넘쳤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김 대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언행 논란이 일어난 것 같다"며 "김재원 최고위원의 경우 당 지도부가 말 실수에 대한 경고를 내렸음에도 연이어 논란을 일으킨 점을 보면 당 대표의 리더십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에선 최고위원회나 원내 또는 당내 모두 이재명 대표에 집중된 상황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논란을 막아내면서 윤석열 정부를 공격해야 이재명 대표의 신임과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김 평론가는 "지금 민주당 분위기를 보면 당내 강성지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효과적인 게 윤석열 정부와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장경태 최고위원 등 최고위원회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지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정당의 특성 측면서도 차이점을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당의 경우 당대표가 있지만 대통령이 ‘당원 1호’이기 때문에 대통령실 참모들과 국정을 두고 협조하면서도 경쟁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여당 최고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당의 권력이 대통령과 당대표로 분산될 수 있다.

반면 야당에선 당대표 ‘옥상옥’이 없기 때문에 권력이 당대표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달린 공천권까지 쥐고 있다 보니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권한이 더욱 세질 수 밖에 없다.


◇ 與 ‘징계’·野 ‘쇄신’ 등 최고위 논란 잠재우기 급급


여야는 최고위원회가 촉발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징계·쇄신 방안 등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중앙윤리위원회를 열고 설화(舌禍)의 중심이 된 김재원·태영호 전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김 전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불가’·‘전광훈 목사 우파 진영 천하통일’ 발언에 이어 제주 4·3사건 관련 발언으로도 뭇매를 맞았다.

태 전 최고위원은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 관련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 SNS 글 게시·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 부른 ‘녹취 유출 파문’ 등으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원권 정지 1년으로 내년 공천까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태 전 최고위원은 징계 직전 스스로 최고위원 자리에서 사퇴를 하면서 당원권 정지 3개월에 그쳤다.

김 최고위원의 자리는 내년 5월까지 계속 ‘공석’으로 남는다. 국민의힘은 태 최고위원 사퇴로 공석이 된 선출직 최고위원 1석에 대해서는 조만간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징계 대상은 아니지만 조수진 최고위원도 지난달 ‘밥 한 공기 비우기’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최초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비판이 잇따르자 그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 운동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에선 당대표 본인부터가 ‘사법리스크’에 빠졌다.

이재명 대표는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혐의로 기소됐다.

최고위원들도 ‘사법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당 대표를 비호하는 동시에 정부·여당을 비판하는데 앞장섰다.

정청래·박찬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 당을 지키는 것이고 당원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방탄에 앞장서며 검찰을 비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해 꽃다발을 선물한 어린이의 볼에 입맞춤을 한 데 대해 "성적 학대"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국민의힘은 장 위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장 최고위원의 김건희 여사 관련 ‘빈곤 포르노’ 발언에 대해서도 징계안을 낸 바 있다.

장 위원은 지난해 11월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방문 사진에 대해 조명 연출 의혹을 제기하며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비판해 고발당했다.

전 지도부까지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이면서 민주당을 향한 도덕성 비판이 강해지자 원내 지도부는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14일 쇄신 의총을 주재한데 이어 이달 안에 전반적인 혁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1박 2일 워크숍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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