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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왼쪽)과 마를렌 시아파 사회적 경제 담당 국무장관. |
연합뉴스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주 신간 소설 ‘퓌그 아메리켄’(Fugue Americaine·미국식 일탈)을 출간했다고 보도했다.
소설은 한 피아니스트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쿠바로 여행을 떠난 두 형제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소설 중간에는 성관계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돼 있다.
소설은 즉각 프랑스 사회에서 풍자와 조롱, 비난거리가 됐다.
프랑스앵포 방송은 해당 대목이 독자들에게 "조롱과 경악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판 허핑턴 포스트 역시 르메르의 선정적 묘사에 독자들이 기습적으로 당했다고 꼬집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일 노동절에 맞춰 열린 연금개혁 규탄 시위에서도 항의 팻말 주요 소재로 쓰였다.
특히 르메르 책이 출간되고 몇 시간 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이 바람에 좌파 진영으로부터 ‘경제 장관이 책을 쓰느라 나라 경제와 인플레이션 상황을 등한시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프랑수아 루팽 의원은 가디언에 "프랑스 국민이 물가 상승률로 큰 걱정을 하는 마당에 그가 에로틱한 장면을 쓰기 위해 1분, 1시간, 1주일을 헌신했어야 했나"라고 꼬집었다.
르메르 장관은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경제 장관을 맡아왔고 그사이 책 5권을 집필했다.
특히 마크롱 정부 장관이 이런 류의 개인 행보로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플레이보이 프랑스판에 마를렌 시아파 사회적 경제 담당 국무장관 인터뷰와 사진이 실린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플레이보이는 미국에서 시작된 남성 취향 월간잡지를 말한다.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현지 신문 ‘파리지앵’은 시아파 장관이 플레이보이 표지나 인터뷰 사진에서 모두 옷을 입은 상태로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프랑스 국기를 몸에 두르는 등 요염한 포즈를 취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사진 중 하나에 ‘속박에서 벗어난 장관’이라는 설명이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페미니스트인 상드린 루소 녹색당 의원은 "우리는 지금 사회적 위기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고,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프나 플레이보이 인터뷰로 연막을 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시아파 장관은 성(性) 관련 책을 쓰면서 활발하게 페미니즘 운동을 하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성평등부 장관으로 발탁돼 입각한 인물이다.
스스로 사피오섹슈얼임을 밝힌 그는 입각 후인 2021년에도 자신이 쓴 책 속 여성 주인공 입을 통해 77세 알랭 쥐페 전 총리를 "프랑스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라고 언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피오섹슈얼(sapiosexual)은 상대의 지성에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에 장관들은 오히려 ‘떳떳함’을 강조했다.
르메르 장관은 트위터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탈출구를 갖고 있다. 누군가는 정원을 가꾸고 누군가는 하이킹한다"며 "나에겐 글쓰기가 내면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라고 했다.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부 장관은 BFM 방송에서 르메르 장관의 책을 읽진 않았다면서도 "장관들도 수트 뒤에 가려진 감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그의 집필 권리를 옹호했다.
시아파 장관도 트위터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여성들이 자기 몸을 지킬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프랑스에서 여성은 자유롭다"며 "배신자들과 위선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조롱한 바 있다.
다만 집권여당(르네상스당) 일각에서는 당을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에 따른 비난도 나온다.
시아파 장관 논란과 관련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석 달 동안 연금 개혁 반대 시위로 온 나라가 들끓는 상황에 비춰볼 때 "부적절하게 처신했다"고 꾸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동료인 루도비치 멘데스 의원도 "만우절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페미니스트로서의 투쟁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싸움을 왜 플레이보이지에서 봐야 하나. 다른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