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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진 산업부 기자. |
알뜰폰 업체 간 가격 경쟁이 격화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의 ‘제살깎아먹기’ 출혈 경쟁은 오히려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저가 요금제를 선보여 당장의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알뜰폰 업체들은 결국 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알뜰폰 업체들이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의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이유는 금융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3년 만에 40만 가입자를 끌어모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은 이달 중 정식 서비스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있던 리브엠의 특례기간은 오는 16일 만료돼 금융위가 그 전에 알뜰폰 업무를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해야 사업 지속이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에서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기조와 맞물려 리브엠의 정식 승인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리브엠 정식 승인 이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금융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것은 자명하다.
이에 이동통신3사도 알뜰폰 업체들을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간 알뜰폰 사업에 비교적 소극적이던 SKT도 전담 사업팀을 신설하고 자사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기존 사업자와 협력해 금융권이라는 신규 사업자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알뜰폰 시장은 매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알뜰폰 업계에서도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원가(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금지, 점유율 제한 등의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장을 무작정 키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가입자 규모만 늘어난다고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볼 수도 없다. 신규 사업자도, 중소알뜰폰 사업자도,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도 모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통신 시장 생태계 형성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soj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