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조하니

inahohc@ekn.kr

조하니기자 기사모음




‘김 빠진’ 수제맥주사, 하이볼로 활로 찾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05 17:55

코로나 특수 종료, 위스키·와인에 밀려 하락세



세븐브로이 등 제조법 유사 하이볼 주종 확대



"수제맥주 본연의 경쟁력·마케팅 차별화 필요"

2023040501000253800011421

▲지난달 30일 서울 한 편의점의 맥주 코너.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성장 침체기에 빠진 국내 수제맥주업계가 젊은 세대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인 하이볼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홈술·혼술 열풍으로 한때 캔 수제맥주도 수혜를 입었지만,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특수 거품이 꺼지면서 수제맥주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자 ‘주종 다양화’로 수익창출에 나선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는 이르면 이달 중 즉석 음료(RTD, Ready To Drink) 형태의 하이볼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생산에 앞서 이미 기타주류제조면허를 보유한 경기 양평·익산공장 외 강원 횡성공장도 조만간 해당 면허를 취득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맥주가 아닌 다른 주종으로 분류되면 제품 생산를 위해 기타주류제조면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쟁업체인 카브루는 이미 한 발 앞서 지난달 초 즉석음료 하이볼 브랜드 ‘이지 하이볼’을 선보이고 첫 제품 ‘이지 블루하와이 하이볼’로 선수를 쳤다. 최근에는 두 번째 제품 ‘이지 피나콜라다 하이볼’을 내놓는 등 빠른 신제품 출시 주기와 함께 상품군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수제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역시 지난 2월 ‘어메이징 안동 하이볼’, ‘어메이징 영주 하이볼’ 상표 출원을 마무리하고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하이볼을 만드는 과정은 주종을 섞는 방식과 발효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맥주 제조 방법과 똑같다"라며 "유사한 생산 방법을 토대로 취급하는 주종의 확장성을 키우는 동시에 수익 개선의 여지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제맥주업계가 맥주가 아닌 다른 주종을 새로운 먹거리로 건드리는 이유는 수제맥주의 성장세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의 ‘곰표맥주’를 시작으로 이종업계와의 협업을 통한 이색 제품을 쏟아내면서 젊은 세대 위주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디자인 외에는 수제맥주만의 차별화된 맛을 제시하지 못해 소비자의 피로감도 키웠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최근 주류업계 트렌드로 부상 중인 위스키·와인 등 다른 주종에 밀려 입지마저 좁아진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 매출성적만 봐도 수제맥주의 하락세는 뚜렷했다.

편의점 CU 기준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2019년 220%에서 이듬해 489%로 급증했으나, 지난해 60.1%로 떨어졌다. GS25도 2019년 353.4%를 기록했던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이 2020년 381.4%에서 지난해 76.6%로 폭락했다.

한 풀 꺾인 수제맥주시장 기세는 주요 제조사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세븐브로이의 매출액은 326억원으로 전년(402억원)보다 18.8% 급감했으며, 영업이익도 118억원에서 49억원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2021년 국내 수제맥주 제조사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도 지난해 매출액 239억원으로 전년(288억원)과 비교해 1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116억원으로 전년(72억)보다 적자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주종의 확대뿐 아니라 사실상 본 사업인 수제맥주의 경쟁력을 높여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존처럼 소비자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기발한 제품 출시와 마케팅은 지속하되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해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nahoh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