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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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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톺아보기] 소주·맥주 눈으로 마신다…술병도 디자인시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04 17:42

MZ세대 디자인 선호에 주류업계 모양·색깔 차별화



호박색 병 켈리 vs. 전통미 한맥 '하이트-오비' 격돌



소주도 초록 탈피…진로이즈백·처음처럼 새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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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 한맥(왼쪽), 하이트진로 켈리.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특색 있는 디자인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두드러지면서 차별화된 병 모양을 도입한 맥주·소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맥주병은 갈색’이라는 통념을 깨고 새로운 색상의 제품을 선보이거나 전통적 요소를 더한 디자인으로 ‘K-라거’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편, 초록색 병 일색이던 소주 시장에는 뉴트로 열풍을 타고 ‘투명병’ 제품이 인기몰이를 하는 모습이다.



◇하이트 반전라거 ‘켈리’·오비 리뉴얼 ‘한맥’ 격돌

내년 창사 100주년을 앞둔 하이트진로가 국내 맥주시장 왕좌 탈환 의지를 불태우는 만큼 제품 디자인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선보인 새로운 라거 맥주 ‘켈리(Kelly)’의 외관만 살펴봐도 국내 일반 맥주 최초로 ‘엠버(Amber, 호박)’색상 병을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연한 주황색에 가까운 색으로 기존 ‘청정라거-테라’와 유사한 수준의 투과율로 자외선 차단에 용이하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공존에 역점을 둔 제품답게 병 모양에도 고민이 녹아들어 있다. 전 세계 300여종의 맥주병을 분석한 끝에 곡선 형태의 ‘헤리티지(Heritage)’ 유형과 직선적인 ‘테이퍼드(Tapered)’ 유형을 한 데 합친 것이 특징이다. 부드러움을 살린 병 어깨 부분의 곡선과 병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직선으로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처럼 하이트진로가 맥주병 디자인 차별화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그 해 3월 출시한 ‘테라’가 대표 사례로, 청량감을 부각한 주질 특성에 맞춰 초록색을 병에 입힌 것이다. 테라는 초록색 병으로 ‘리얼탄산’ 등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시각화한 점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는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 호응도 이어지면서 지난 2월 기준 누적 판매량만 36억병에 이른다.

이에 질세라 최근 오비맥주 역시 기존 맥주 제품인 ‘한맥’을 리뉴얼하는 전략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국내 쌀로 만든 ‘K-라거’라는 정체성에 주안점을 두고 제품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이다.

한국적인 요소를 제품 패키지 등에 새긴 점이 특징으로, 초록색 병과 캔 패키지 상단에 흰색 띠를 둘러 제품의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을 표현했다. 중앙 부분에는 전통 문양 ‘기하문’에서 착안한 엠블럼을 더해 전통미를 극대화했다.



소주

▲하이트진로의 제로 슈거 진로(왼쪽),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진로가 쏘아 올린 ‘투명병’…다크호스 부상한 ‘처음처럼 새로’

국내 소주시장에는 투명한 소주병이 초록색 병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록병이 첫 도입되기까지 투명병은 과거 1970년대부터 주로 쓰였던 공병이다. 다만, 제조 과정에서 염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등 원가 절감 측면에서 초록병에 밀려 언젠가부터 잘 쓰이지 않게 됐다.

투명병의 부활을 본격화한 것은 2019년 3월 하이트진로가 기존 진로 소주를 재해석한 ‘진로이즈백’을 선보이면서부터다. 중장년·젊은 세대 모두에게 이색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전체 소주 시장 점유율만 2019년보다 10.3%p 올랐다. 올 들어서는 건강 트렌드에 따라 기존 진로이즈백을 ‘제로 슈거 제품’으로 새 단장하면서도 투명병은 그대로 유지하며 정체성을 고수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진로의 대항마로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음료가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가 주목받고 있다. ‘제로 슈거’ 소주 콘셉트에 맞춰 투명병을 적용한 새로는 도자기의 곡선미와 세로형 홈도 더해 고급스럽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부드러운 맛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 선택이 이어지면서 올 초 누적 판매량만 5000만 병을 돌파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3일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유리병 제품과 동일한 디자인을 적용한 새로 640㎖ 페트 제품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용량을 원하는 소비 수요에 맞춰 제품을 선보였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롯데칠성음료는 올 상반기 내 새로 판매량 1억병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맛 등 품질은 기본이고 젊은 세대일수록 신선하고 특이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라 만족감을 안기기 까다롭다"며 "통상 중장년층 고객은 기존 브랜드·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젊은 고객 수요를 잡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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